▲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사건은 항상 우연에서부터 시작한다. 보통 사고(accident)라는 말로 표현되는 것이 그것이다. 여종업원이 손님 옷에 내오던 음식을 흘린 것은 우연이고 사고일 것이다. 따라서 그날 식당에 있던 우리와 같은 대부분의 손님들은 이 여종업원의 실수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상식적 태도일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옷에다 음식물을 흘리는 실수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한두 번의 실수에 대해서 용서해주고 이해하는 것이 보통이고 또 도덕적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큰 소리로 여종업원에게 무안을 주고 윽박지른 그 남자의 행동을 지나친 행동으로 판단한 친구가 옪았다고 할 것이다. 물론 실수라 하더라도 그 피해가 큰 경우에는 당연히 그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하고, 이 경우에 세탁비를 물어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사안이 본질적으로 다른 경우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이 여종업원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다. 주문한 손님이 싫거나 혹은 주인이 미워서 의도적으로 손님에게 음식을 쏟은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손님에게 배상하는 것은 물론 그 종업원은 반드시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의도성을 확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이 여종업원이 의도성을 드러낸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즉각적 보응을 받을 것이기에 속이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자기의 악한 의도를 안 드러내려고 애를 쓸 것은 물론, 오히려 한술 더 떠서 불순한 의도를 감추기 위해 안그런 것처럼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 결국 불순한 의도를 입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이와 다른 경우는 종업원이 반복적으로 유사한 실수를 하는 경우이다. 이 여종업원이 손님들에게 반복적으로 실수를 했다면 사안 자체가 달라진다. 반복적으로 실수를 한다는 것은 주어진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 경우는 손님이나 주인에게 해를 끼칠 의도와 상관없이 이 종업원은 손님을 서비스하는 일을 담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종업원의 무능은 서비스를 받는 손님에게도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음식점 주인에게도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나 혹은 조직상황에 이 이야기를 적용해 보자. 우리의 정치나 조직에서는 아직도 악한의도를 입증할려는데 더 애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우리 지역의 정당이나 대학에서 나오는 파열음에서 이러한 사례를 본다. 하지만 악한 의도를 입증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입증하려고 하면 할수록 갈등은 심화되고 확산된다. 대학의 경우 이 이야기에서 손님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종업원은 대학 리더십과 교직원으로 그리고 식당 주인은 교육비를 대는 국가나 학부모로 대치해보면 많은 시사점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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