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효 대전시장은 지난 달 18일 오후 지역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대전지역 모 대학의 교육과정 수업에 강사로 나서 30여 명의 수강생들에게 시정 전반을 강의했다.
해당 교육과정 수강생들에 따르면 이날 수업 종반 시정에 대해 질의하는 순서가 마련됐고, 수강생들은 대전시의 역점사업인 `3000만 그루 나무심기'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이들은 박 시장에게 나무심기 사업과 관련한 루머의 사실여부에서부터 나무심기 사업의 문제점까지 여러 질문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임업 분야에 종사하는 수강생 A씨는 “나무를 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중앙분리대에 나무를 심는 등의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현재 방식대로라면 10년 후면 많은 나무들을 뽑아내고 다시 심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 있었던 B씨에 따르면 이 질문에 박 시장은 다소 불쾌한 표정으로 “나무 심는 업자들과 만날 일이 있으니 상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고, 이내 강의는 마무리됐다.
문제는 며칠 후 발생했다. 충북에서 임업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이 일이 있은 뒤 시 담당공무원의 방문을 받고 이들로부터 “대전시민도 아니면서 왜 시장님에게 쓸데없는 얘길 했느냐. 앞으로는 그런 말 하지 말아 달라”는 얘길 들어야 했다.
이들은 A씨에게 “개인적인 생각을 교육적인 자리에서 거론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A씨의 발언을 문제 삼았고, A씨는 “강의실에서 학생과 선생의 입장에서 질문을 한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강하게 맞섰다.
수강생들은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수강생 C씨는 “유신체제도 아니고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공무원들이)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A씨 역시 “강의실에서 학생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것은 뭐가 잘못돼도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이런 일로 사업장까지 찾아와 1시간여 동안 서로 언성을 높인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A씨의 질문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시정 방향과 다른 부분이 있어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방문한 것이지 싸우러 간 것은 아니다”며 “나중에는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돌아왔다”고 설명했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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