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김호연재, 고흥 류씨, 해평 윤씨, 경주 이씨, 그리고 여사(女史) 송인숙, 서천의 김임벽당, 서산의 오청취당, 정순왕후 김씨, 공주의 남평 조씨 등이다. 이들은 15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대전·충청지역에 살았던 인물들이다.
지난 2001년 5~6월께. 문화유산 공부를 하는 과정에 대전 송촌에 있는 동춘당 옆 대전광역시 민속자료 2호로 지정되어 있는 송용억 가옥을 방문했을 때다. 그곳에서 김호연재(1681~1722)를 만났다. 안내해주었던 교수님은 호연재의 시 `봄의 회한'을 읽어보라 하셨다. 한명이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시가 창작되었던 바로 그 공간에서 시를 다시 읽는 맛은 느낌이 다른 법, 300년 전 송촌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였고, 당시 충남 홍주 오두리(현재 홍성)에서 회덕(현재 대전 대덕구)으로 시집 온 안동김씨 호연재의 서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적 문화적 상상력으로 그 느낌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문화감수성 훈련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그곳에서 문화감수성 뿐 아니라 여성사와 관련된 문화유적지로 특화하여도 될 것 같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였다.
유성 문화원에 근무하고 있을 당시인 2007년 초 문화관광부가 `양성평등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공모를 했을 때, 김호연재를 주요 문화콘텐츠로 구성하여 제안해 보기로 하였다.
지역문화 콘텐츠의 부각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보면, 호연재가 남긴 194 편의 시(詩) 내용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당당하고 호방하고 호연한 삶을 살았기에 `양성평등'이라는 단어에 견줄만 하고, 300여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호연재의 시를 필사본으로 만들어 읽어 내려왔던 후손들의 문화적 흔적들이 남아있기에 오늘날에도 의미있게 재현해 볼 수 있는 `거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거리'라는 것들은 첫째는 호연재의 삶을 극화하여 보여주는 것, 둘째는 그가 살았던 집이 현재 `송용억 가옥'이라는 문화재로 온전히 보전되어 있으므로 그 고택에서 김호연재를 해설해 주는 것이다.
셋째는 문화유산해설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성들인데, 그들이 김호연재를 통해 새로운 자각, 즉 `양성평등' 의식을 갖게 되고, 그 눈으로 우리 지역에서 또 다른 여성들은 없었는지 찾아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의 축적이며, 이를 문화적으로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과정들이 많아져 우리지역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많이 찾아와 보고자 한다면 그것이 문화관광상품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는 결론이었다.
김호연재의 삶을 극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극단 좋다(상임연출 김인경)'가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2007년 9월 경관이 좋은 `송용억 가옥' 앞마당에서 호연재의 삶을 마당극 형태로 극화한, `봉수엄마, 호연재를 만나다'가 초연된다. 김호연재 연구가인 문희순 교수(배재대)는 해설사가 활용할 자료집 `조선후기 여성사의 선구적 지성, 김호연재'를 혼신의 힘을 다해 원고를 써줬다.
2008년에는 김호연재 가족으로 확대하여, 극단 좋다가 마당극 `콩심은 데 콩나고'를 제작 공연하고, 해설자료집도 문희순 교수가 담당하여 `김성달 家, 조선의 살아 있는 가족문학사'를 펴냈다.
지난 1월 문희순 교수는 서산문화원의 부탁으로 오청취당의 한문시집을 번역출판 하였다.
이를 계기로 서산과 대전에서 오청취당을 기리는 `스물아홉, 신선이 되다' 일인극을 올리고 충청권을 아우르는 답사를 통해 역사 속의 여성들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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