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용전지구대는 다소 신고가 많은 편이다. 그래도 낮에는 이러한 사항이 덜하지만 야간에는 술을 마시고 술값문제로 시비가 되거나 과음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으로 신고된 사항을 출동하다보면 이러한 사안까지 경찰력이 이용돼야하는지 허탈감마저 든다.
며칠전 밤 11께 홍도동에 있는 호프집에서 경찰관이 필요하다는 신고가 들어와 현장 출동해보니 탁자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고 주인은 쓰러진 남자를 경찰관이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주인에게 남자가 혼자와 술을 마셨냐고 물어보니 다른 친구들과 함께 왔는데 일행들은 그냥 가고 저 사람만 남았다는 것이다. 참 어이가 없었다. 일행들과 함께 와 술을 마시고 몸을 가누지 못한 사람을 그대로 두고 경찰에게 떠넘기다니. 그 쓰러진 남자의 신원이 파악돼 보호자에게 데려가라고 연락해 보호자가 온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어떤 때는 자신은 움직일 수 없으니 순찰차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112는 모든 국민을 위한 전화다. 시시각각 불필요한 경찰력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며 정말 경찰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폐를 끼치게 하는 것이다. 신속하게 경찰의 도움을 받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나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사회인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경찰력을 불필요하게 이용하려는 112신고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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