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칠 대전충남 민예총 사무처장 |
벌써부터 이 광장에 와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돌기를 두 번째다. 몇 가지 행사를 훑어보곤 목척교에 와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차분히 즐기기 위해 행사장 안으로 흘러들고 있는 중이다. 목척교 반대편은 그냥 텅 빈 거리다. 여기가 동구와 중구의 경계다. 중구에서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중앙로의 차 없는 거리를 걸어본지가 얼마만인가? 작년 6월항쟁 21주년 집회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평소에 자동차 때문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던 공간을 이렇게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묘한 해방감을 주면서 설레게 한다. 마치 우리가 차를 쫓아낸 것 같아서 기분 좋다.
수명을 다한 홍명상가의 시커먼 창문 자리가 아가리를 떡 벌리고 있어서 조금 괴기스럽다. 그 옆에 서서 대전역 방향으로 보면 양쪽으로 흰 몽골텐트가 늘어서 있고 그 끝에는 이 축제의 중심 상설 무대가 있다. 각 부스 마다 흘러나오는 트로트 노래와 더불어 파전 부치는 기름 냄새가 출출한 배를 자극한다. 이런 풍경은 많이 본 모습이다. 여느 축제에 가도 항상 보는 야시장 분위기. 바로 그거다. 기획의 빈곤을 느끼는 지점이다.
사람의 물결이 메인 무대 쪽으로 흘러들고 있는데 도로 한복판의 중요 통행로에는 탁자들이 늘어서있고 거기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어 다니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게다가 좀 전에는 유명 연예인들을 불러서 공연을 한다고 하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는데 관리에 대해 너무나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건 정말로 사고 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답답한 맘을 접고 나도 인파에 섞여 앞으로 가본다. 음식 파는 곳을 지나니 옛날을 추억하라고 하는 체험 행사 부스가 몇 개 나온다. 분위기가 참 조악하다. 저 분위기가 추억 속으로 사람들을 여행시킬 수 있을까?
그래도 얼마 되지는 않지만 이젠 중늙은이가 다된 여자들이 옛날 교복을 입고 앳된 표정을 지어보고 거울을 보면서 머리를 매만지고 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잡아당기고는 카메라 앞에서 깔깔대는 모습에서 그래도 또 다른 희망들을 본다. 판이 어떻든지 내용을 채우는 주체들이 어떤 자세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축제인 것을 새롭게 느껴본다.
이번 대전역 영시축제의 기본 주제는 추억일 것이다. 추억을 주제 삼았다는 것에서 축제의 출발이 좋다. 무형의 것 중에서 낭만적인 것을 가지고 축제를 기획한 것은 누가 뭐래도 참신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의 추억을 표현하는데 일반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리고 옛날 추억에만 매달리다 보니 지금도 대전역에서는 여전히 어떤 사연과 추억을 만들고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은 간과되었다는 부분이다. 과거만 있고 현재가 없다는 부분은 고민해볼 지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축제를 통해서 단기간에 어떤 성과를 만들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관이 축제의 주체가 되면 그럴 수 밖에 없는 패러다임이 있을 것인데 그래도 긴 안목으로 보면 관주도의 축제에 대해 지자체가 욕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서 그들이 만들고 그들이 소비하는 그래서 남들이 보면 참여하고 싶어지는 그런 축제여야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할 것이다. 문화정책에 있어 `팔길이 원칙'을 다시금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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