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훈 대전지방기상청장 |
태풍은 전 세계에서 1년에 80여 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주로 북태평양에서 발생하는데 연간 26~30개 정도이고, 이 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평균 2~3개다. 태풍은 발생장소에 따라 달리 불리는데, 북태평양상은 태풍, 미국이나 멕시코 부근은 허리케인, 인도양 부근은 사이클론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태풍의 위력은 벼락의 10억 배,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1만 배나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태풍이 접근하면 높은 파도로 바닷물이 넘치고, 폭풍과 집중호우로 수목이 꺾이며, 건물이 무너진다. 또한 통신 두절과 정전이 발생하며, 강·하천이 범람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주요태풍피해를 보면, 1959년의 사라를 기억할 것이다. 중부와 남부지방에 많은 피해가 발생됐는데 사망실종 849명, 부상 2500여 명, 이재민 37만 여명이나 됐다. 피해액도 2000억이 넘었다.
2002년 8월 31일에는 태풍 `루사'로 강릉지방 일 강수량이 870.5 ㎜를 기록하였으며, 5조 1479억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2003년 9월 12일에는 태풍 `매미'로 제주지방 최대순간 풍속이 초속 60m를 기록하였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2005년 8월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가 완전히 물에 잠기고, 최소 1800명의 사상자와 80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혔다. 이렇듯 태풍이 일으키는 피해는 어마어마한 것이어서, 세계적인 부호 빌게이츠가 태풍을 길들이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내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태풍이 이렇게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여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늘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태풍의 또 다른 얼굴인 이로운 점을 살펴보자. 태풍은 중요한 수자원의 공급원으로서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실례로 1994년 여름은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던 해인데, 대전지방의 8, 9월 열대야 일수가 30일이나 되고 전국적으로도 가뭄이 극심했었다. 그때 그나마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을 어느 정도 해갈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바로 8월에 내습한 태풍 `더그'였다. 언론에서는 이 태풍에 `효자태풍'이라는 닉네임을 붙여 주었다. 또한, 태풍은 저위도 지방에 축적된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운반하여 지구 상 남북의 온도 균형을 유지시켜 주고, 해수를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플랑크톤을 분해시키므로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역시 태풍은 인간에게 두려운 존재이다.
우리나라에는 8, 9월에 태풍이 가장 많이 영향을 끼친다. 비록 올해는 오호츠크해고기압의 발달로 장마도 길었고, 작년에 비해 기온도 낮게 나타나고 있어, 대형태풍이 북상할 우려는 적어졌지만, 우리나라는 10월 전반까지도 태풍의 영향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만큼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충청지역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비교적 적은 지역이지만, 태풍은 소형일지라도 많은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항상 대비하고 준비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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