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호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장 |
이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팽배해진 세속주의가 축제의 종교성을 사라지게 하고 놀이문화적 측면만을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지방자치제는 지역축제의 수를 급속하게 증가시켜 오늘날 전국 234개 시, 군, 구에서 개최되는 축제가 무려 1000개가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만 해도 대전이 30여개, 충남이 80여개로 각 기초단체별(대전시 5개구, 충남도 16개 시·군)로 평균 5개가 넘고 있는 실정이다.
축제의 유형을 살펴보면 지방의 역사와 풍속을 재현하는 민속축제와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하는 특산물축제가 있으며 개최목적에 따라 지역문화의 계승발전 및 주민단합을 꾀하는 문화축제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상품축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로는 일본 삿포로의 눈축제, 중국 하얼빈의 빙등축제, 태국의 물축제, 이태리 토마토축제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함평 나비축제, 보령 머드축제, 금산 인삼축제, 화천 산천어 축제 등 널리 이름이 알려진 축제도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무슨 지역축제가 있는지, 왜 그러한 축제가 열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역축제의 대부분이 차기 선거를 염두에 둔 단체장의 혼자만의 의지로 치밀한 검토나 사전준비 없이 또한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산발적으로 개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행사에 참여해 보면 빈약한 프로그램과 열악한 행사장 여건으로 모두가 실망하고 동네 풍물장터와 같은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그 결과 수억원씩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다른 축제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단발성 행사로 끝나 버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떠안게 된다.
그러면 지역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의 특성을 살린 차별화 전략이나 주민 스스로 축제를 준비하는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에 대한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데 있다고 본다. 만약 손해를 보면서도 굳이 개최해야 할 축제라면 중앙정부에 맡겨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주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언급한 대백제전의 수익형 축제로의 전환은 매우 의미가 크다. 2011년 이후 개최되는 대백제전을 민간주도형 행사로 발전시키고 각종 프로그램을 유료화하여 더 이상의 지자체 지원없이 홀로 세우겠다는 것은 자치단체장으로서 내리기 어려운 큰 결단이다.
신종 플루가 가을로 접어들면서 한층 더 기승을 떨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얼마나 많은 축제들이 개최될지 불투명하지만 이번 기회에 지역축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잘 키운 축제 하나, 열 축제 부럽지 않다'는 말을 듣을 수 있도록 기획단계부터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연구하고, 지역을 발전시키면서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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