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예전엔 평범한 일상생활로 여겨졌던 일들이 이제는 따가운 시선으로 돌아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활보하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단순한 감기환자로 여겼겠지만, 신종플루 공포는 `마스크 착용=신종플루'라는 공식을 성립시키고 있다. 당연히 확진 환자면 그래야겠지만 확진 환자의 대부분은 격리 조치 등을 겪고 있기에 이들은 의심환자나 예방을 위한 목적이 대다수다.
학부모 이모(54)씨는 “아이들이 밖에 나갈 땐 마스크를 씌워 외출을 시키는 데 어느 날 아이들이 들어와서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했다고 했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너 신종플루 아니냐'고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말했다.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낸 이들 역시 예전 같으면 자신의 여행 경험담을 앞장서서 떠들고 다니겠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학교에서도 해외여행 다녀온 아이들은 따돌림 일 순위다.
이유인즉 `해외여행=신종플루 전염 경로'라는 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 학생들에 따르면 대부분 학교에선 해외여행 다녀온 학생들에 대한 수요조사를 `해외여행 다녀온 사람 손들어보라'는 식으로 물어보고 있다. 다녀온 학생들에 대해서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상황에서 `언제 다녀왔는지, 열은 없는지' 등을 묻고 교사수첩 등에 적고 있다. 아이들이 해외여행을 알리지 않는 이유다.
직장인 김모(43)씨는 “일 년 전부터 이번 휴가는 해외에서 보내기로 작정해 돈을 모아 이번 휴가 때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남들에게 말하기도 어렵고, 예전 같으면 미니홈피 등에 여행 사진을 올리겠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종플루로 인한 의심 어린 시선 때문에 신종플루 초기 차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예방과 초기 진단이 이뤄지지 않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전시 의사회 관계자는 “신종플루는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차단해 격리 등의 방법을 취해야 하고 해외여행에 다녀왔으면 꼭 검사 등을 받고 예방에도 충실해야 한다”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상대방으로의 전염은 물론 자신에게도 늦은 치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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