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하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
아파트 이름이 암시하듯이 `공원'과 `연못'이 결합된 전원아파트로 공원의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를 작은 시냇물이 감싸고 도는 매우 아름다운 정경이다. 자연 속에 파묻힌 곳이니 미국에 와서야 자연과 밀접하게 만나는 꼴이다. 아파트 주변에는 지금 흰 꽃과 붉은 꽃이 피고 지고 있다. 날씨는 일교차가 크면서 한국보다 시원하고 산뜻하다. 낮에도 창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기도 한다.
8월 9일 근처의 콘트라코스타 한인 장로교회에 가서 그곳에 모이는 교환교수들을 만났다. 벌써 2년째 이곳에 있는 분들도 있어 그 분들의 노련한 안내로 여러 가지 도움도 받았다. 이번 학기에도 한국에서는 국문학, 문예창작 외에도 원자학, 경제학, 정치학, 법학 등 십수 명의 교수들이 UC 버클리의 방문교수로 있다.
이곳의 생활도 1년의 기간이니 의식주에 관계된 모든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우리 기족은 아이들의 교육과 개인적인 시간 여유와 독서, 사색으로 방향을 잡았기에 간단한 살림을 차리려 한다. 물론 시간이 나면 여러 곳을 여행해볼 계획이다. 또한 미국 속에서 한국문학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지금까지 매끼의 식사를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하니 한국서도 이런 경우가 없었기에 신기하고 비로소 가족에 대한 리얼리티를 체험하는 상황이다. 우리 말에 가족을 식구라고 하는 의미를 새삼 깨닫기도 한다.
이곳은 승용차 없이는 생활할 수가 없다. 렌터카를 이용하여 이곳저곳을 다녀보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달고 달리니 미국의 길도 순순이 응해주었다. 오히려 운전은 이곳이 수월한 흐름으로 다가온다. 조만간 중고차를 한 대 구입하려고 물색 중이다.
지난 주에는 오린다, 오클랜드 등을 경유하는 고속도로를 달려서 UC 버클리에 갔었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도 연이어 다녀왔다. 먼저 한국학연구소에 가서 사진을 찍고 도착신고를 했다. 인터내셔널 오피스의 공식적인 미팅에도 참석하여 미국 생활에 필요한 사항을 소개 받았다. 방문학자실에 책상 하나를 지정받아 앉으니 이제 이곳에도 필자의 조그만 자리는 확보된 상황이다. 필자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 이곳에 나가서 보내려 한다. 곧이어 학기가 시작되면 한국학과 관련된 강의에도 참석해 보려 한다.
이곳에는 중국학과와 일본학과는 설치되어 있는데 아직 한국학과가 없어 한국 유학생들의 불만이 크게 느껴진다. UC 버클리는 겉으로 보기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다가왔다. 캠퍼스 곳곳에 들어선 울창한 나무와 새파란 잔디밭은 젊음과 이상, 도전과 비상이라는 의미를 일깨워 주기에 족했다. 히피문화의 발상지, 체제에 대한 저항문화가 싹튼 곳이라는데 앞으로 많은 것을 눈여겨보며, 무엇이 이 대학을 미국 사회 속에서도 중요하게 여기게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아마도 8월이 가기 전에는 대략적인 것들이 정리되고 이곳 생활에 안정을 얻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온 가족이 함께 와서 한국의 공간을 그대로 미국으로 옮겨놓은 듯한 효과를 느끼나 싶다. 그리고 나면 필자는 여러 일들을 능동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1년이라는 시간을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점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이번의 기회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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