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 낮은 황기영(55·가명)씨는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현수막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몇 달전 연금리 120%로 500만원을 아는 사람에게 빌렸는데 벌써 갚아야 할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황씨는 “아직 갚아야 할 돈을 마련하지 못했는데 시간도 없어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하지만 어린 자식들까지 함께 도망갈 수는 없어 목숨이라도 내놓고 싶다”고 전했다.
경기침체 속 최근 불법 사채에 이어 불법 채권 추심업체까지 성행해 금융소외자들이 무방비상태로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 피해가 속출할 전망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무려 2634건의 사금융 피해 상담이 실시됐으며 이는 전년동기 대비 27.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금융감독원 등 수사 및 감독기관이 불법 사채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사채시장을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여기에 불법 채권 추심업체의 광고가 도심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불법이 버젓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업체의 경우, 일단 채권 추심의뢰가 들어오면 폭행을 비롯한 각종 협박행위를 통해 빌린 돈을 받아낸 뒤 후불제 수수료를 챙기는 수법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채권추심업체만이 빌린 돈을 대신 받아줄 수 있다”며 “하지만 폭행, 협박 등의 행위가 추심과정에서 발생한다면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대전·충남경찰청 관계자는 “불법추심업체의 피해를 받게 됐을 경우, 경찰서 지능팀 등에 연락하면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79y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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