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만준 씨는 “아파트는 오래됐지만 주민들이 이 아파트에 깊은 정을 가지고 있어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유씨의 안내로 집안으로 들어가보니 그 구조는 지금의 현대식 아파트와는 사뭇 달랐다. 방 2개와 거실의 구조는 일반 아파트와 다르지 않았지만 집 안에 화장실이 없었다. 난방하는데 사용됐을 석탄난로 자리가 남아있었다. 또 이곳에 거실도 신발을 벗고 올라서는게 한옥집의 마루를 연상케했다.
“일단 집안에 화장실이 없죠. 화장실은 층마다 공동화장실을 씁니다.” 유씨는 공동 화장실로 안내했다. 층마다 한 쪽에 마련된 공동화장실은 수세식 화장실 6개와 소변기를 갖추고 있었다. 세대마다 변기 하나를 지정해 사용하고 청소도 각자 한다고 했다. 유 씨는 “일부 세대는 집안에 화장실을 설치해 지금은 30여세대만 공동화장실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곳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은 각 세대마다 집안 구조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방 2개에 거실과 부엌이 함께 있는 구조도 있지만 방 3개에 부엌에 세면시설을 둔 경우도 있었다. 40여 년 동안 집주인이 바뀌면서 수시로 내부공사를 한 이유도 있지만 1971년 분양할 때 당시부터 집안에 방을 가르는 벽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씨에 의하면 이 아파트를 처음 분양할 때는 방을 구분하는 벽이 없는 탁 트인 공간이었다고 한다. 유씨는 “1971년에 분양받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벽을 세우고 부엌을 만들었다”며 “도배도 들어와서 직접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정부에서 들어가 살라고 하니 들어왔지만, 그 후 도배하고 방마다 벽을 세우는 등 하나씩 고쳐나가며 살고 있지요. 보통 30~40년씩 거주한 분들이 많다 보니 주민들 사이 단합이 잘되고 정이 많아 이웃사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유씨가 이곳 아파트에 들어오게 된 것은 1971년 정부의 판자촌 철거정책과 맞물려 있다. 1971년 대전시는 문창시장을 만들기 위해 그 주변에 있던 판자촌을 철거했고 그곳에서 거주하던 사람들에게 이곳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 이곳 49.5㎡(15평) 아파트의 분양가는 5만 원이었단다.
유씨는 “비록 오래된 아파트지만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잘 관리하고 있어 불편하지 않고 주민들 사이에도 정이 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행정기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먼저 이곳에 수도시설이 들어오지 않아 주민들이 지하수를 사용하는데 이 부분을 해결해주길 원했다. 또 가로등이 부족해 밤이면 어두운 골목때문에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하다는 것.
“가로등만이라도 더 설치됐으면 좋겠어요.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지만 안전진단도 문제없이 통과하는 튼튼한 아파트입니다.”
소박한 공간을 지키는 유씨의 얼굴은 뿌듯함이 배어 있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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