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가설울타리는 도시미관과 주변 환경 개선을 위해 공사현장 주변에 설치하는 것으로 대전시는 지난해 3월부터 가로미관을 살릴 수 있도록 공공 및 민간 건축공사장을 대상으로 가설 울타리 디자인 표준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표준안에 따르면 공사장 울타리 외부의 안내판, 조감도, 부착물의 설치위치와 규격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외벽에는 대전을 상징하는 과학·자연·환경 등의 이미지를 담도록 했다.
그러나 시가 국비와 시비 등 44억 원을 들여 동춘당의 옛 모습을 복원한다는 취지로 시행하고 있는 이번 공사의 가설울타리에는 지난 4월 청양 고운식물원에서 열린 고운야생화축제 무대사진과 탑, 건물, 산 등 동춘당과 관련 없는 이미지들이 붙어 있으며 6컷의 이미지 중 동춘당은 한 컷에 불과해 대전의 상징 이미지로 도심을 아름답게 연출한다는 시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공사를 맡고 있는 녹원종합건설 관계자는 동춘당 공원에 둘러쳐진 1㎞남짓한 가설 울타리 곳곳에 설치된 이 그림들에 대한 정확한 제작비를 모르겠다고 한 가운데 가설 울타리 제작비와 이미지 시안 제작비가 맞먹을 것이라고 밝혀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동춘당 지킴이’ 이규희(71·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씨는 “동춘당의 옛 모습을 찾아 명품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공사현장에 타 지역 축제와 다보탑, 석벽 등 동춘당과 전혀 맞지 않는 이미지들을 붙여 홍보하고 있으며 그나마 사용한 동춘당 그림도 소나무 위치가 좌우 바뀌어 있어 명품은커녕 동춘당에 먹칠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하루에도 몇 차례 동춘당 주변을 지나다닌다는 주민 김선주(39·대전시 대덕구 비래동)씨도 “동춘당공원에는 보물 209호 동춘당 뿐만 아니라 시 유형문화재 3호 동춘선생 고택, 시 민속자료 2호 송용억 가옥,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대전지역 여성문학가인 호연재김씨 시비 등 자랑할 문화재가 많지 않느냐”며 “44억 원의 공사비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인데 명품을 표방하는 공사에 이런 조악한 이미지들을 사용한 것은 예산 낭비”라고 따졌다.
다른 공사현장에서 사용한 이미지를 다시 쓴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시행사인 녹원종합건설 관계자는 “이번 공사를 위해 새로 제작한 시안”이라며 “공사마다 각기 성격이 다르고 특히 동춘당은 문화재다보니 문화재 사진을 사용해서 별도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동춘당 인근에서 지난 5월 기공식을 가진 송촌평생학습도서관 공사장 가설 울타리에는 공사개요와 함께 조감도, 산호빛도시 대덕구의 이미지를 살린 대청호 사진을 보여주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임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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