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는 등 왠지 꺼림칙해 거점병원을 찾은 김영수(가명)씨.
전염성이 높은 신종플루 의심환자였지만 김씨는 진료를 받기까지 격리나 대기 등에서 다른 이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
70여명이 대기해 있는 대기순서를 지켜야하기에 다른 이들과 같이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더욱이 일반 환자와 같은 장소에서 대기해야 했기에 만일 김씨가 신종플루였을 시 다른 이에 대한 전염이 사실상 무방비한 상황이었다. 접수를 끝내고 진료실에서 기다릴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마스크를 쓴 이들도 일반 진료 대기자와 같은 자리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조차 하지 않았다.
이 병원은 접수 시간도 `이날은 오후 3시'로 못박았다. 마감일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지만 지역에 몇 안 되는 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이라는 의미가 퇴색되고 있었다.
김씨는 “다행히 신종플루로 확진되진 않았지만, 접수순간부터 치료를 받을 때까지 누가 신종플루 감염자인지 구별할 수 없어 오히려 더 불안했다”며 “다른 창구나 별도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약국 지정 부족, 시민 불편=거점약국 역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대전의 경우 구별로 하나씩의 약국이 거점약국으로 선정됐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대전 내 최대 인구밀집지역 중 한 곳인 둔산지역은 `약국은 많고, 거점약국은 없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다.
나이제한도 문제다.
지역약국 등에 따르면 신종플루 의심환자일 경우 65세 이상, 59개월 미만 등의 우선 제약 조건이 있어 대부분 시민들은 신종플루가 의심돼도 약의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다.
거점약국으로 선정된 약국 역시 불만은 팽배하다. 이날 찾은 지역의 C 약국은 보건소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거점약국으로 지정받았다. 하지만 약국의 혜택은 `제로'다.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신종플루 확진이나 의심환자면서 건강보험이 되는 경우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약국에 돌아가는 혜택은 없는 것이다.
이 약국 관계자는 “솔직히 사명감이 아니면 그 누구도 거점약국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면 일반인들이 찾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 우리 역시 감염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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