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나무가 만든다... 괴짜 농부의 정직한 농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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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나무가 만든다... 괴짜 농부의 정직한 농사법

<맛있는 책읽기>

  • 승인 2009-08-25 14:14
  • 신문게재 2009-08-26 12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기무라 씨의 사과를 반으로 갈라 냉장고 위에 방치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썩지 않고, 일반적인 갈변도 없이, 달콤한 향을 내뿜으며 시든 것처럼 조그맣게 오그라든 상태로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기적의 사과'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물론 이 사과는 일본에서 온라인을 통해 판매개시 3 분 만에 품절되며, 기적의 사과로 만든 수프는 지금 예약해도 1년을 기다려야 맛 볼 수 있다고 한다.

기적의 사과를 만드는 기무라 아키노리씨는 1949년 아오모리 현 이와키마치에서 대대로 사과재배를 해온 농가의 차남으로 태어나 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계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 제조회사에 취직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지만, 갑작스런 장남의 가업승계 포기 선언으로 귀향하게 된다.

일본 생명농법의 창시자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을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법을 사과재배에 실천한다.

무려 8 년 동안 아무런 수확도 없이 농약을 하지 않는 사과재배를 하면서 집안에는 차압딱지가 날아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농번기에는 사과재배를 하고 겨울에는 공사판 막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드디어 농약을 치지 않는 기적의 사과를 수확하게 된다.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잘 알겠지만, 우리가 먹고 있는 사과는 품종개량을 통해 농약을 하지 않으면 수확 자체가 불가능한 과일이라고 한다. 이런 사과를 농약 없이 재배한 방법은 다른 것이 아니고 땅이다.

기무라씨가 말하는 땅은 별 다른게 아니라 산에 사는 나무들이 있는 곳의 땅이다. 어느 날 산에 갔다가 나무 두께가 15㎝밖에 안 되는 도토리나무의 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단단하게 박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아무리 뿌리 끝을 찾으려고 파보아도 끝없이 뻗어 있고 가느다란 머리칼 같은 잔뿌리도 빽빽하게 나 있는 것이다.

잡초 속에서도 살아남는 도토리나무에 비하면 기무라씨의 사과나무는 뿌리도 약하고 스님 머리처럼 정성껏 잡초를 깎아 준 것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기무라씨는 사과나무 아래에 2년간 콩을 심었고 잡초도 뽑지 않았다고 한다. 그 잡초 속에서 온갖 벌레들이 살기 시작했고, 이 벌레들은 사과나무 잎을 갉아 먹는 종도 있지만, 이런 해충을 잡아먹는 유충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은 기무라씨의 사과나무 경계에 있는 다른 사과농가였다.

엄청난 해충들이 득실거리면서 다른 사과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해충들은 농약을 한 다른 사과밭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농약을 하지 않는 기무라씨의 사과밭에서만 살았다고 한다.

1991년 일본에 4성급 태풍이 불어, 사과의 90% 이상이 떨어져 이 지역 사과 농가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일이 있었다.

그때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던 사과를 한 농부가 아이디어를 내 `합격 사과'로 이름을 붙이고, 일반 사과의 10배의 가격을 붙여 판매했는데, 불티나게 팔려 인기를 얻었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당시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기무라 씨의 사과는 80% 이상이 그대로 달려 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과나무의 뿌리 깊이가 몇 인 것에 반해, 기무라 씨의 사과나무는 뿌리가 20나 깊고, 사과 꼭지와 가지의 굵기가 다른 사과나무의 사과에 비해 굵고 단단했기 때문이다.<대훈서적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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