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병원·약국 지정하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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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병원·약국 지정하면 뭐하나

치료제 태부족... 전문의도 없어...

  • 승인 2009-08-24 17:49
  • 신문게재 2009-08-25 5면
  • 김경욱 기자김경욱 기자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치료거점병원과 거점약국을 발표했지만 혼란은 가실 줄을 모르고 있다.

일반 시민은 물론 해당 병원과 약국에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폭발적인 수요요청으로 인한 항바이러스제의 공급과 수요 불균형, 전문의·의료기관 부족 등 거점병원·약국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대전시·충남도 등에 따르면 거점병원은 대전에 충남대병원 등 8곳, 충남엔 천안의료원 등 25곳이 지정됐다. 약국은 대전 5곳, 충남 30곳 등 대전·충남 지역의 35곳이 거점약국으로 지정, 발표됐다.

하지만 치료 거점병원과 약국이 제 기능을 다할 지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거점 병원·약국 등에 따르면 대전의 A 병원은 이번에 거점병원으로 지정됐지만, 호흡기 내과 전문의가 1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충남의 경우 30곳의 격리 병상을 보유, 도내 25곳의 거점병원 중 세 번째로 많은 격리 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B 병원은 정작 내과와 소아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 이들 병원뿐만 아니라 지역 내 대부분의 거점병원 전문의가 한자릿수를 맴돌고 있다.

충남의 C 병원은 비축된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의 양이 30인을 소화할 수 있는 것에 그치는 등 치료제 보급 양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거점병원에 맞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에서조차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충남은 지자체에서 발표한 병원 문의번호도 맞지 않아 시민들이 골탕을 먹었다.

약국 역시 사정도 매한가지다.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대전의 E 약국은 “50인분의 타미플루를 받았지만 하루에 12명의 타미플루가 소진되는 등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지역의 F 약국 관계자는 “우리 지역엔 거점약국이 이곳밖에 없다”며 “약을 받고자 약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신종플루가 전염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부 약국에선 거점약국을 발표한 것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거점약국 사실이 공개돼 일반 이용자들이 약국 방문을 꺼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민간 의료기관 등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신종플루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발표한 거점병원과 약국마저 문제점이 속속 노출되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치료 거점병원은 격리공간 등에서 치료 준비가 미흡한 상태고, 몇 안 되는 거점 약국에선 약을 받기 위해 환자가 이동하다 타인에게 전염될 우려가 있다”며 “타미플루 등 치료제를 환자 접근성이 높은 1차 의료기관까지 공급해 직접 투약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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