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구 천문연 대국민사업실장 |
올해는 UN이 선포한 `세계 천문의 해' 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일관된 주제는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를 깨닫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며 나아가 인류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천체망원경을 통해 달과 행성과 별을 보여주기도 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기도 한다. 때로는 졸음을 참는 교실의 학생들에게 신비로운 우주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고 심신이 힘든 병실의 환자들에게 지구 밖의 넓은 세상을 소개하기도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인 것이다.
일반인이 느끼는 `우주'와 `천문'은 거의 비슷한 개념이겠지만 전문가들이 말하는 `우주'와 `천문'은 다루는 영역과 의미에서 작은 차이가 있다. 두 가지 모두 지구 밖 세상을 다루고 있지만 그 차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주'는 인간의 손길이 닿는 영역으로 인공위성이 맴돌고 있는 지구 주변이나 탐사로봇들이 다가갈 수 있는 행성 또는 위성들까지의 범위다. 또한 `천문'은 그 이상의 범위로 다른 별과 은하 등 도저히 직접 가볼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천체를 대상으로 한다. 한 예로 태양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약 4년 4개월 정도 소요된다.
최근의 연구는 이러한 `우주'와 `천문'의 경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즉, 우주를 연구하는데 필요한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은 로켓을 이용해서 쏘아 올려지는데 로켓을 발사하는 데에는 궤도계산과 천체역학, 태양물리 등 천문학에 해당하는 연구 영역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반면에 천문학 연구를 위한 관측 장비를 우주로 올리는 데에는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날아가는 로켓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 발사하는 나로호에 실린 인공위성은 지구 환경을 연구하는 목적의 인공위성인 과학기술위성 2호다. 2003년에 발사되었던 과학기술위성 1호는 자외선으로 보는 우주의 모습을 관측한 우주망원경을, 그리고 이르면 2010년 발사될 과학기술위성 3호는 적외선으로 보는 우주의 모습을 관측하는 우주망원경을 각각의 위성에 탑재하여 임무를 수행하였고 또 수행할 예정이다.
천문학과 우주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이들 대부분 인공위성의 목적은 우주를 탐구함으로써 인류사회가 더욱 평화롭고 평등하게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천문의 해의 목적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지난 수 세기 동안 우주의 실체를 알고자 노력해 왔다. 동양에서는 서양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행성들의 움직임을 비롯해서 일식이나 월식, 혜성의 출현 등 천문현상을 기록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역사서에 기록된 천문현상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오래되었고 그 양도 많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천문현상을 관측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기 위한 노력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하늘은 우리에게도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우리는 오늘 오후 나로호를 발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발사의 성패 여부에 모든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쏘아 올리는 인공위성 탑재 로켓이니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발사의 성패 여부보다는 하늘을 향하는 우리의 의지가 얼마나 강렬한지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혹시 이 번 발사가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하늘을 향하는 그 의지가 절대로 꺾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