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하성 사단법인 대전지역사회개발협회장 |
공천을 받은 사람과 해준 사람은 종속관계를 맺어 자신의 소신과 철학은 사치스러움에 불과하다. 정당은 정치적 이상과 정책을 공유하는데 존재가치가 있으나 오직 현실적인 이해관계만 있을 뿐이다.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고 영향력 있는 사람끼리 지분을 분할하여 관리하는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정당민주주의가 먼 현실이다. 말로는 상향식공천을 해야 한다며 실제는 정책공천이라는 미명아래 하향식공천을 하고 있다.
민주적 방식을 통한 공천 개혁을 정착시켜 가야 한다. 공천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서 유권자의 지지를 받도록 해야 한다. 형벌법규를 위반한 선거사범, 파렴치범 등 모든 전과자를 비롯해서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을 절대로 공천해서는 안 된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적용해야한다. 공정하고 깨끗한 공천을 위해 일종의 공천 배심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공천부조리가 해결되어 새로운 공천 시스템을 갖춘 후엔 현장 인터뷰에서 공천 심사위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을 지닌 후보자를 찾아내야 한다.
지역 현실을 잘 알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는 후보를 찾아 공천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대국가는 정당국가며 국가주권의 지위에 현실적으로는 정당주권이 진입했다”는 K 뢰벤슈타인의 지적처럼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역할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올바로 후보자를 공천하는데 있다. 철학도, 소신도 없이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서 이당 저당 기웃거리는 철새들을 공천에서 우선으로 배제해야 한다. 정당의 기본적인 노력을 통해 올바른 정치 철학을 구현하는데 앞장서야한다.
지방자치제도는 1991년 기초의원의 선출이후, 1995년 단체장의 직선제와 지방선거가 동시 실시된 이후 내년이면 지방자치 민선 5기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방자치가 20년 가까운 세월 속에 오히려 국민들은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에 대한 불신의 벽만 높였다. 이것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발생되는 부정, 부패, 불법적 예산집행, 지방공무원의 비리발생 등 불미스런 사건들이 계속적으로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무관심도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지방의회는 중앙 정치의 부정적인 모습을 답습하고 주종관계 같은 모순된 구조를 갖고 있다.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의 공천시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정략적이고 정치적 계산에 의한 방법으로 실시된 결과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이익 추구,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태도, 집단이기주의 등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이유다. 모럴해저드의 극복으로 철새정치인을 몰아내고 도덕성이 높고 청렴결백하고 지역주민에 헌신·봉사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지역의 모든 단체가 선거기간에는 후보자를 검증하고 공표하여 유권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처럼 감히 전과자가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한다. 이것이 유권자와 시민단체의 당면한과제다. 정녕 온갖 잡새가 기웃거리는 철새의 계절은 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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