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치 그룹의 창업자 네리오 윈치가 암살당한다. 그가 30년 전 입양한 아들 라르고는 마약 밀매 혐의로 브라질 감옥에 수감된다. 아버지의 오른팔 프레디의 도움을 받아 그룹 본사가 위치한 홍콩에 도착한 라르고는 아버지를 죽인 자를 찾아 복수하는 한편, 기업 계승을 위해 게임을 제안한다.
‘라르고 윈치’, 이 프랑스산 블록버스터는 참 궁금하다. 무엇보다 올해 개봉된 액션스릴러 중 유일하게 18세 이상이라는 점에서다. ‘울버린’(12세), ‘터미네이터 4’(15세)를 넘어서는 화끈한 액션을 보여줄지, 아니면 매혹적인 여배우의 끈적한 유혹 때문에 ‘18금’인지 궁금한 거다. 포스터에 쓰여진 “최강 액션스릴러 시리즈의 탄생”이란 문구도 눈길을 끈다.
배급사인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측도 ‘강도 높은 리얼 액션’과 ‘매혹적인 여주인공과의 로맨스’를 관람 포인트로 꼽고 ‘18금’ 다운 차별화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배급사의 홍보에 기대를 갖고 영화관을 찾는다면 실망이 클 게 틀림없다. 액션이라고 해봤자 초반의 추격신을 제외하면 액션이랄 게 없다. 미녀와의 로맨스도 그렇다. 도입부에 성인들을 배려한 듯, 노출신이 등장하긴 하지만 주인공 라르고와 침대로 뛰어든 다음 그에게 마약을 주사하고 사라지는 게 전부다.
사실 ‘라르고 윈치’는 액션스릴러라기보다 기업드라마로 봐야 할 영화다. 중심축이 라르고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양아버지 네리오 윈치가 남긴 거대 기업을 성공적으로 계승하기까지의 여정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여기에 중역들의 계략, 기업 간의 대립 등이 얽히고설킨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결정적으로 기업드라마로 봐야 제대로 읽히고 재미도 있다.
네리오 윈치는 누가 죽였을까. 윈치 그룹을 집어삼키려는 무기 밀매상 출신의 CEO일까. 그렇다면 그가 원하는 것은 또 뭘까. 라르고에게 마약을 주사하고 사라진 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네리오가 입양한 두 소년 중 나머지 하나는 누구일까. 액션을 기대하기보다 차라리 이런 소소한 의문들에게 집중하는 게 훨씬 재미가 있다.
제롬 살레 감독은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해 라르고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며 의문에 대한 해답을 들려준다. 너무 자주 과거로 회귀해 드라마 리듬이 흐트러지기도 하지만 비밀을 지속적으로 폭로해야 하는 영화의 구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봐진다.
풍성한 볼거리에 만족하자. 이야기 전개는 겉돌고 캐릭터들도 별다른 개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너무 많은 걸 기대했다간 반드시 체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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