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홈쇼핑 쇼호스트 효정은 잘나가는 후배에게 밀리자 불안하다. 그녀는 동창회에 나갔다가 학창 시절 왕따였던 선화가 아름다운 미녀로 탈바꿈한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선화는 효정에게 간판도 없는 요가학원을 일러주며 일주일간의 심화수련을 받으면 완벽한 미녀가 될 수 있다고 들려준다.
요가는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대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심신을 단련하는 활동이다. 자연의 법칙, 변화-조화-안정에 따라 움직이는 심신을 정신력과 육체의 조화를 통해 평형상태를 유지시키는 게 목표다. 그런데 욕망으로만 꽉 채워진 요가는 어떨까. ‘요가학원’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 뒤에서 스멀거리는 지옥을 그린다.
시도는 좋았다. 그동안 소녀들이 떼로 나오는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성숙한 여성들, 사회에 진출해 학교 때보다 더한 차별과 상처를 견디는 여성들의 집단을 공포 코드로 잡은 건 신선하다. 피칠갑 비주얼보다는 들릴 듯 말 듯 음산한 사운드와 은유적인 비주얼을 통해 차근차근 공포 효과를 쌓아가는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다.
슈퍼우먼 증후군에 빠져있는 홈쇼핑 쇼호스트 효정(유진), 한물간 아이돌 스타 연주(박한별), 다이어트 강박증에 사로잡힌 인순(조은지). 이혼과 성형수술의 상처에 시달리는 유정(김혜나), 누구보다 착한 듯하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보라(황승언). 5명의 수련생과 요가마스터 나니(차수연)가 빚어내는 육체적 아름다움은 이 영화가 제공하는 볼거리다. 미모의 배우들과 육체적 아름다움을 보고 싶은 관객들에겐 강추다.
하지만 그뿐이다. 영화는 의도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공포영화의 본분을 까맣게 잊었다. 조금치도 무섭지가 않은 것이다. 지나친 특수분장은 오싹하기보다 혐오스럽고, 귀를 두드리는 공포도 너무 자주 써먹다보니 집중은커녕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남자감독도 아닌 여성감독이 만든 영화임에도 여자 캐릭터들이 종이인형처럼 얄팍하기 그지없다는 점은 가장 실망스럽다. 캐릭터가 많아서인지 인물 각자가 지닌 사연들도 살리지 못했고, 같은 공간에 갇혀 있으면서도 인물들은 서로 연관성 없이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니 배우들의 연기 또한 과장되거나, 딱딱하거나, 어색하거나, 불안하다. 이야기도 연기도 통일성이 없으니 언제 어디서 공포를 느껴야 할지 당황스럽다.
윤재연 감독은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써스페리아’를 꿈꿨는지 모르겠다. 요가학원의 인테리어가 아르젠토 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르젠토 식 공포는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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