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주만 대전CBS 본부장 |
요즘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맞벌이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이 벌지 않으면 사교육비와 주택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역할욕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성의 사회적 역할 욕구는 출산과 가사노동 등의 문제와 충돌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성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면서 출산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남성이 여성의 가사노동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자료를 보면 남성의 하루 가사노동시간은 외벌이가 31분이고, 맞벌이는 32분이라고 한다. 반면에 전업주부는 6시간25분, 직장여성은 3시간 28분을 감당하고 있다. 여성은 직장일이 끝나고서도 가정에 돌아와서 남성보다 3시간 이상을 더 가사노동에 시달리지만 남성은 그만큼 휴식시간을 갖는다. 기혼직장 남녀의 조사에서도 퇴근 후 남성은 50%가 휴식을 취하고, 여성은 50%가 가사노동을 한다. 이런 성역할의 불균형 상황에서 대책 없이 출산율을 높이자는 주장은 여성전체에 대한 반응 없는 강요 아닐까?
일본 직장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하루에 2시간30분 안팎으로 한국 직장여성의 노동시간과 비교해도 상당히 길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일경련과 기업들이 나서서 남성들의 가사 돕기 운동을 10여년 넘게 펼친 결과라고 한다. 일본 출산율은 2005년 1.26명, 2006년 1.32명, 2007년 1.34명, 2008년 1.37명으로 적게나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2007년 1.26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줄어들었다. 2005년~2010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세계평균 2.56명, 한국은 1.13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는 60년대 초 출산율을 떨어트리고자 정부가 가족계획사업을 도입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목표출산율인 2.1%에 도달했다. 출산율 증대운동은 그 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전 국가 차원에서 출산 배가 운동을 펼쳐야 한다. 출산 탓에 불이익 받는 제도를 모두 정비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서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부터 직장, 사회 전반에 걸쳐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해서 추진하지 않으면 엄습해 오는 미래의 충격을 방지할 수 없다. 가정에서는 가사노동을 엄마와 아빠가 분담하고, 직장에서는 영육아보육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와같은 일들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제대로 된 공교육을 통한 사교육의 철폐, 해고의 공포로부터 차단된 평생일터, 융통성으로부터 감염되지 않은 엄격한 법 집행 등 사회 스스로 정화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각종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육아문제에 1달러를 투자하면 4달러가 되돌아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잘 성장 육성된 어린이가 몇 배의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금으로 출산을 장려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도 문제가 없도록 가정과 사회, 국가차원에서 제도를 개선해 간다면 “한민족”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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