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제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그러한 성공적인 경제붕괴 대처방법의 첫번째 열쇠로서 버냉키는 참모회의와 관련 경제단체회의 등을 주재하면서 지적인 이론투쟁(intellectual)이 아닌 인화(social)에 중점을 두어 동지애(comradeship)와 화합(harmony) 분위기를 살려내 대화가 계속 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일례로 당초 AIG는 4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원했지만 버냉키가 며칠사이에 파격적으로 380억달러를 지원하게 되었는데 이는 버냉키가 폴슨과 게이트너와 계속적이고 끈질긴 대화를 통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과거의 보수적인 금융지원 관례를 극복하자는 공감대를 찾아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로 버냉키는 큰 제스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조적으로 폴슨은 과감한 정책선언을 자주 하였지만 실제는 다른 사태가 생겨 결국은 그 원칙을 취소하게되고 오히려 불안감만 가중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버냉키나 게이트너는 원칙을 선언하기 보다는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대응조치를 선호했다. 그들은 우선 엄청난 풍랑을 피해가면서 오로지 배가 물에 가라앉지 않게 하기 위해 배의 무게중심을 이쪽저쪽으로 옮기는데 그 중점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한번에 하나의 문제만을 해결하도록 노력하였다.
그들은 거창한 계획(Grand plan)과 방어전략(exit strategy)을 수립하기보다는 점진적이고 차분한 대응방법으로 오늘날의 미국 경제 혼란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 했던 것이다.
끝으로 그들은 위기상황에 대처할 적당한 숫자의 대응팀을 구성해 운용하였다고 한다. 그 조직은 너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거대한 관련 조직과 싸울 필요도 없었고, 이에 대응하여 백악관이나 의회로부터도 거의 간섭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사람의 천재와 몇 사람의 그 추종자만 있는 너무 작은 조직도 아니었다. 약 12인 정도의 조직으로 한편으로는 한사람이 모든 결정을 좌지우지 할 수 없도록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책결정을 손쉽게 도출 할 수 있는 모임 이었다고 한다.
역사가 헨리 아담스는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게 되어있다”고 설파했다. 그러나 역사상 성공한 지도자들은 영웅적 이상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위기상황을 대처하면서 자기들의 무지(ignorance)와 잘못(error)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요즈음 경제불황은 국민들이 과연 정치시스템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때 심화된다. 대통령 주변은 언론매체스타급 선거캠페인 고수들에 둘러싸여 있는 곳이며, 국회는 이데올로기와 지역 이기주의가 지배하기 쉬운 곳이다. 그야말로 위대한 이상주의자가 되어 무결점의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는 비현실적인 망상에 휘말릴 수 있는 곳이다. 버냉키 처럼 표면에 나서지 않는것(Self-efacement)이 소심(timidity)한 것으로 무참히 매도될 수 있는 조직들이다.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 정책담당자들이 이해 못하는 부분에 관하여 솔직하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그야말로 팡파르나 자기선전을 멀리하는 실무형 정책담당자나 지도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조용하면서도 튀지 않는 한국의 버냉키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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