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10시께 대전 모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내국인 학생 2명이 38도에 육박하는 고열 증세를 보이자 학교 측은 신종플루를 의심하며 서구 A 종합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국제행사에 참가했던 외국인 학생과 접촉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학교 측은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병원은 진료를 주저했다. 감염내과 전문의가 개인적인 사유로 원내에 없다며 응급실 접수를 거부한 것. 결국, 환자 2명은 약 1시간 동안 응급실 앞 구급차 안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이들은 보건소 관계자가 병원에 도착한 이후에야 초진을 받을 수 있었고 신종플루 증세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자 귀가할 수 있었다.
학생들을 인솔한 학교 관계자는 “한밤 중에 열이 펄펄 나는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진료 거부를 당하면 어디로 가야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A 병원 관계자는 “환자 진료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며 “정부에서 내려온 매뉴얼대로 보건소 관계자가 도착할 때까지 구급차 안에서 격리, 링거를 투여했다”고 해명했다. 신종플루 환자들을 문전박대하는 사립병원은 비단 이 병원뿐만이 아니다. 대전시에 따르면 17일 오후 현재 신종플루 확진 환자 또는 의심환자 29명 가운데 국립대병원인 충남대 병원에 3명, 또 다른 공공병원에 11명이 입원 중이다. 그렇지만, 사립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신종플루 환자는 단 1명도 없다.
사립 병원들의 신종플루 환자 진료 외면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립 병원들이 신종플루 환자 진료를 외면하는 이유는 병원 내 다른 환자들에 대한 감염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또 신종플루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는 입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병원 수익과 관련되는 외래 환자들의 발길마저 끊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한 몫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역의 사립병원들이 모두 감염내과가 있고 격리 병상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시에서 신종플루 진료 요청을 해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진료 거부하기 일쑤”라며 “신종플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료 기관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립병원들의 적극적인 진료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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