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됐다는데... 왜 시장가도 살게 없지?

물가, 안정됐다는데... 왜 시장가도 살게 없지?

  • 승인 2009-08-16 17:18
  • 신문게재 2009-08-17 11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대전에 사는 주부 김모(37)씨는 요즘 장을 볼 때 마다 걱정부터 앞선다. 채소 가격이 계속해서 들쑥날쑥한데다 집에서 즐겨먹는 돼지고기ㆍ닭고기 값도 예전 같지 않아 딱히 맘 편히 먹을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물가 탓에 갈수록 장바구니는 가벼워지는데도 가계부담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현실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김씨는 “요즘엔 상추에 삽겹살 한 번 싸 먹기도 어렵게 됐다”며 “장을 보러가도 선뜻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 처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각종 지표 물가는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다. 실제 체감 물가와 지표상의 물가가 따로 노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르기만 하는 생활물가=의식주와 밀접한 각종 생활물가가 계속 치솟고 있다.

 16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올 여름 잦은 비의 영향으로 채소가격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현재 축면 상추(상품) 100g 가격이 한달 전에 비해 45.5% 오른 947원을 기록했다. 깻잎도 상품 200g을 기준으로 전국 평균 소매가격이 한달 전에 비해 36.6% 오른 3029원으로 집계됐으며, 대파 가격도 한달 전에 비해 11.9가 올랐다.

 부추도 상품 1㎏ 기준 가격이 한달 전에 비해 25.8% 올랐으며, 미나리와 양파도 지난달에 비해 각각 20.9%와 10.5% 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 밖에 배추(상품)도 포기당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0% 가까이 오르는 등 대부분의 채소가격이 평년과 지난달에 비해 크게 오르고 있다.

 또 채소 가격 이외에 상당수 생필품 가격도 큰 오름폭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대전주부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에서 판매되는 33개 생필품 가운데 22개 품목이 큰 오름세를 나타냈으며, 특히 합성세제의 경우 전년에 비해 무려 300%이상이나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통계청 등의 조사 결과에서는 러닝셔츠와 남성 속옷ㆍ재킷 등 의복 가격도 전년에 비해 대부분 1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타 생활물가도 대부분 전방위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대부분 영화관이 관람료를 1000원 씩 인상했으며, 중학생 참고서(8.5%)와 학교 기숙사비(4.9%), 급식비(4.1%) 등도 지난해 말에 비해 대부분 올랐다. 여기에 이미 올들어 14.5%나 오른 고등학교 교과서 가격은 자율화가 추진됨에 따라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름값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한창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연말께 1200원대까지 떨어졌던 휘발유 판매 가격은 올 들어 계속해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현재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오피넷에 집계된 대전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ℓ당 1682.59원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지역에서는 택시 요금 등이 오르며 가스 및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공공요금 인상을 부축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설탕 가격이 인상되면서 관련 가공식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J제일제당은 17일 설탕 출고가격을 8.9% 인상하기로 했으며, 경쟁사들도 잇따라 설탕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는 설탕 가격과 연동된 빵과 음료수, 과자 등 각종 가공식품 가격도 들썩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로노는 지표물가=이렇 듯 생필품 가격을 비롯한 각종 생활물가가 여전히 들썩이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이 발표하는 지표 물가는 체감 물가와 달리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 상승해 9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러한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5.9%를 정점으로 지난해 말 4%대로 떨어진 이후 올들어서도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전월대비 지난달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였다.

 또 대전과 충남지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더 낮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와 1.5% 상승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물가가 2% 중반에서 안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이러한 지표물가과 체감물가의 차이에는 지난해 석유류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이유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반적으로 워낙 물가가 크게 올랐던 탓에 올해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게 나타나 지표 물가에 있어 일종의 착시현상 같은 것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7.1%나 상승했었으며, 지난달 1.6% 상승률은 이와 비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표 물가와 관계 없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더 크게 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지표 물가 산정 시 적용되는 항목별 가중치도 체감물가와 괴리를 나타내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표 물가 산정시 항목별 가중치는 5년에 한번씩 조정이 되는데 실제 물가가 빠르게 변동되다보면 이러한 변화가 지표 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항목별 가중치는 지난 2005년을 기준년도로 하고 있는 것으로, 시간이 경과될 수록 장바구니 물가와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표 물가의 가중치 조정주기를 단축할 필요성 또한 제기된다./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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