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관리자인 경위는 넘쳐나는 데 비해 한창 일할 순경과 경장은 `씨'가 마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계급별 정원은 총경 이상 17명, 경정 49명, 경감 92명, 경위 297명, 경사 482명, 경장 675명, 순경 731명 등이다.
정원으로 보면 대전경찰 조직 구성 모양새는 피라미드형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중간이 불룩하고 위, 아래가 홀쭉한 항아리형이다.
인력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계급은 경위다. 경위 현원은 정원보다 2.4배나 많은 699명에 달한다.
경위가 갈 자리는 일선서 수사팀장, 지구대 팀장 등 297곳에 불과한데 정원 초과 인원인 402명은 갈 곳이 없다.
결국, 경위 팀장 아래 일반 팀원으로 근무해야 한다.
실제 둔산서 소속 일부 지구대에는 1개 팀에 경위가 4~5명인 경우가 허다하다. 경사 현원도 1032명으로 정원에 비해 2.1배가 많다.
반면 젊은 인력인 경장과 순경은 태부족하다. 순경은 정원의 24.2%에 불과한 177명밖에 없다.
중부서(17), 동부서(14), 서부서(12)에는 채 20명도 안 돼 `순경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경장 현원도 정원의 51.2%에 불과한 346명에 불과하다.
충남지방경찰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원 기준으로 총경 이상 0.6%(24명), 경정 1%(41명), 경감 4%(167명), 경위 22%(860명), 경사 32%(1268명), 경장 25%(973명), 순경 14%(561명)으로 역시 항아리형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경찰 하위 계급 품귀와 경위 포화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불합리한 인사 구조 때문이다.
순경→경장(6년), 경장→경사(7년), 경사→경위(8년)는 근속 승진 제도가 있지만, 경위→경감은 이 제도가 없어 경위 계급의 인력 적체 현상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공무원 정원 감축 방침으로 순경 채용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항아리형 인력 구조 심화에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명하복이 중시되는 경찰 조직에서 같은 계급 여러 명이 함께 근무하다 보니 지휘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경감으로의 자동 승진이 안 되다 보니 승진을 위해 직원 간 과열경쟁은 물론 조직 내 위화감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인력 구조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경감 근속승진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함께 현재 11단계의 계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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