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축제가 각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열리는가 하면, 축제의 질 저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많은 혈세가 `아낌없이' 쓰이는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전시성 축제 남발=16일 대전시와 충남도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대전지역에서 열리는 자치단체 주관 축제는 어림잡아 30여 개, 충남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는 80여 개에 이른다. 기초단체 별로 해마다 평균 5개의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문제는 민선 이후 지역축제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인데, 충남도만 해도 2000년 42개에 불과했던 지역축제가 올해 81개로 늘어났다. 축제가 양적으로 많아지면서도 질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지역축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꼽고 있다.
대전지역의 한 교수는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단체장의 입장에서는 축제만큼 좋은 아이템도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축제 양과 질을 따져보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지경인 만큼 지역축제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맹이가 없다=주부 A씨(대전 서구)는 최근 대전 인근에서 열린 특산물 축제에 다녀왔다. 바람도 쐬고 저렴한 과일도 많이 사올 심산이었지만 동네 풍물장터와 다를 바 없는 프로그램과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결국 제대로 보지도 먹지도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한 축제기획 전문가는 “대부분의 축제가 지역의 특산물이나 역사 등을 주제로 하지만 그런 주제가 제대로 부각되는 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며 “짧은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다 보니 충실한 프로그램 보다는 대외홍보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 관 주도 축제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이벤트 관련 종사자는 “소규모 축제의 경우 대부분이 비전문가 주도로 준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은 질보다 대외적인 효과에 치중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알맹이가 빠지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결국 예산낭비=현재 대전과 충남의 지역축제를 살펴보면 ‘선택과 집중’보다는 ‘고른 배분’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대전과 충남에서만 해마다 100개가 넘는 축제들이 열리고 있으며, 이들 축제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지역축제가 성공 모델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한 번 예산을 쏟아 부은 뒤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축제기획이 많았던 만큼 이제는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표축제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전문가는 “예산낭비 지적이 나오는 것은 결국 축제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나 시민들의 참여를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해마다 천막을 치고 걷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 아래 기초가 탄탄한 건물을 지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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