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농민들에게서는 안도감 대신 불안과 초조감이 묻어났다.
꼭 한 달 전 크나큰 아픔이 아직 씻기지 않았고 복구해야 할 것도 아직 태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이 마을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논농사는 물론 딸기와 멜론, 사과, 포도 등 곧 수확할 과일이 땅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집중호우로 인한 생채기를 자원봉사단의 도움으로 조금이나마 벗어났다지만, 수마가 할퀸 흔적은 여전하다. 일부 논·밭은 침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가옥 역시 언제 쓰러질지 몰라 집에서 생활하지 못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폭우로 떠내려오거나 발생한 쓰레기 더미도 대부분 치워지지 않았다.
주민 강모(68)씨는 “어제부터 겨우 쓰레기 더미를 치우기 시작했는데 오늘 또 비가 와 일이 지체가 될까 걱정된다”며 “빨리 현재 사는 마을회관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주민 임모(64)씨는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사온 지 10년째인 이제 정착하나 했는데 집중호우로 농사는 물론 집까지 잃었다”며 “또다시 많은 비가 온다는 말에 하늘만 쳐다볼 뿐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답답해 했다.
유난히 집중호우가 잦은 올 여름, 농심을 철렁하게 하는 순간은 빗방울의 연속성 만큼이나 자주 반복되는 듯 싶다.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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