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76원으로 일군 300억원대 재산을 흔쾌히 KAIST에 기부하기 위해 12일 오후 KAIST 대강당을 찾은 김병호(68·서전농원 대표) 회장은 이같은 꿈을 담아 전달했다.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김 회장은 자신이 평생을 모아온 재산을 KAIST를 통해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쾌척했다.
17살에 전북 부안에서 단돈 76원(당시 760환)을 들고 상경한 김 회장은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을 하며 돈을 모았다. 배를 곯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처음 택한 일이 식당의 밥 배달일일 정도다. 김 회장은 무더운 여름날 단돈 1원을 아끼기 위해 남들은 다 먹는 사카린 음료수 조차 사먹지 못하며 억척스레 절약해 재산을 일궜다.
그 결과 24살에 처음으로 집을 장만해 부모님과 동생들을 모두 서울로 올라오게 해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여유가 생기자 1987년 부친상을 치른 후 남은 조의금을 친척 아이들에 대한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으면서 남에게 베풀기 시작해 고향인 부안군의 `나누미 근농 장학재단'에 10억원을 내놓기도 했다.
5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건강이 악화됐던 김 회장은 지난해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KAIST 서남표 총장의 모습을 보게 됐고, “기부를 하려면 저분에게 맡겨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다시 건강이 악화되자 기부 결심을 서두르게 됐다. 부인 김삼열 씨는 “본인(김 회장)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자 자꾸만 재촉을 해서 지난달 26일 KAIST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기부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KAIST 고액기부자로는 300억원을 기부한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과 1000만달러(한화 약 100억원)를 기부한 재미 사업가 박병준 회장, 250만달러(한화 약 25억원)를 기부한 닐 파팔라도 미국 메디텍사 회장, 그리고 개인 기부자로는 국내 최고액인 578억원을 기부한 원로 한의학자 류근철 박사 등이 있다./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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