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귀영 한국여성경제인협 대전충남지회장 |
참으로 오랜만에 어린 왕자와 다시 만나는 기쁨을 가졌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보면, 어린왕자는 소혹성의 한 장미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이를 돌본다. 이 장미는 비록 어린왕자에게 불평도 많고 귀찮은 존재이지만, 그는 장미와의 관계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하고 소중한 것으로 여긴다. 뿐만 아니라, 어린왕자는 가식이나 꾸밈이 없는 마음 속 깊은 영혼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며, 고유한 의미를 부여한다.
사회의 변화가 다각화, 다양화되고 경쟁의 범위가 세계로 넓혀진 현대사회에서 사물 하나하나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하고, 누군가와 진실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현대인의 공적 지평이 관점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다수의 타인과, 인간의 바깥에 완강히 버티고선 객관적 세계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매우 비현실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만물 가운데 나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을 찾고 유지하는 일은 물질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그 관계를 맺는데 있어 어린왕자와 같은 순수함과 진실함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진실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모든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태도를 버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실성으로 상대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래동화속의 주인공이 흔히 왕자이듯 생텍쥐페리의 이 상징적 동화의 주인공도 왕자다. 서양 전래동화 속의 왕자는 흔히 의(義)를 행하고 악(惡)을 쫓고, 죽음의 잠에서 공주를 깨어나게 하는 신비한 힘을 지닌다. 어린 왕자 역시 선(善)의 상징이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신기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 왕자가 상징하는 선은 무엇인가? 그것은 고독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고, 무의미한 삶의세계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인간 사이의 참다운 관계다.
우리는 이쯤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과연 어린왕자의 `장미'와 같은 존재가 있는지, 혹은 자기 자신이 누군가에게 `장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 우리가 세상을 어린왕자와 같이 맑고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오늘 하루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녹음우거진 산을 만드는 큰 나무를 보며, 가을을 준비하는 자연을 배우며 나의 가족과 일터 그리고 주변의 사물과 사람들에게 다시금 의미를 부여해보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과 나와의 관계가 어린왕자가 장미에게 베푸는 사랑처럼 순수하고 진실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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