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윤도 전 건양대 대학원장 |
그 이유는 첫째, 의회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하고 툭하면 회의장 점거에 장외투쟁을 일삼고 있는 제1야당의 민주주의에 대한 극히 왜곡된 태도가 국민으로서 심히 피곤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국민을 편하게 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어야 할진대 현재와 같이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로 점철된 태도는 가뜩이나 더운 여름날에 짜증만 더해줄 뿐이다.
둘째, 미디어법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안통과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법당국에 문제를 제기했으면 그 문제는 법의 판단에 맡기고 야당은 지금부터 법안을 꼼꼼히 따져보고 후속 대안을 내놓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동안 야당이 제기해온 문제점들을 앞으로 마련될 각종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 미디어기업의 대형화에는 찬성을 하면서도 소수 친정부 신문이 방송을 장악하고 현정부가 그들을 정권 재창출을 위한 선전도구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야당의 반대 논리가 타당성이 있다면 그 부분만을 제도적으로 보완한다든지 혹은 후속조치를 마련하면 될 것이다. 또한 그를 위해 보다 논리적으로 무장된 합리적인 대국민 홍보전을 벌여야 한다.
국무회의를 통과해 관보에까지 게재되어 발효된 법안을 마치 정치보복을 하듯 여당 중진들의 지역구를 다니며 절차문제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하는 것은 시간낭비, 에너지낭비적인 한풀이 정치 이상으로 봐주기가 어렵다.
세 번째는 제1야당의 독자적 정책수립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는 사실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번듯한 대안제시보다는 무조건 반대 일변도의 투쟁은 21세기 정보 평준화의 시대에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에게 야당의 존재가 약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적인 계획이나 주장에 의한 집회도 아니고 남이 벌여놓은 각종 집회에 야당의원들이 슬그머니 나가 앉아 무임승차하고 있는 모습은 그 이상 꼴불견이 없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지난 50년 우리 제1야당의 모습은 권위주의 정권의 독재와 반민주에 앞장서서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당당히 맞서던 모습이다. 확고한 정책적 신념이나 대안없이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말꼬리나 잡고 반찬타령이나 하는 식의 기회주의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역대 야당이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에서 일정의 몫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열세를 국민의 지지로 채웠기 때문이다. 야당이 제몫을 해야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편안해진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불문율이다.
그래서 야당에 바라는 것은 제대로 싸워보라는 것이다. 물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그러다가 수적 열세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나머지는 국민이 나설 몫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지레 수적 열세에 겁먹어 물리적 저지만을 일삼다 안되면 장외로 뛰쳐나가는 식의 정치 패턴이라면 국민의 지지는 더 이상 얻기 어렵다. 삼복더위에 짜증만 돋우면서 지지해달라면 그 소리에 귀기울일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야당은 국민에게 미래의 꿈을 선사해야 한다. 현실정치에 얽매인 여당이 주지 못하는 신바람과 희망을 야당이 제공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야당들이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의 미래를 찾을 수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주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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