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근래에 들어와서는 경찰서조차 시민에게 위압적이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서 문 앞에는 귀여운 포돌이, 포순이가 반갑게 눈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사람의 손을 끌어당긴다. 참으로 가상한 공공기관의 노력이지만 대 시민 서비스기관으로서의 이미지는 여전히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어디 경찰서뿐이랴. 정도차이는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공공기관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그런데 시민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기관 스스로도 그동안은 시민에 대한 친밀도 같은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왔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와서 얼어붙었던 시민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그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대전시청 20층에 대전시민 12만 명이 올랐다'라는 글들이 여기 저기 떴다. 둔산의 웬만한 지역이 훤히 내다보이는 20층은 작년 12월 이전까지는 시에서 임대를 주어 개인이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주로 시청 직원들과 일부 시민들이 점심시간에나 이용하던 식당은 `하늘마당'이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공간에 대한 운영준칙이 바뀌면서 드디어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되었었다.
시청건물 안에서도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슴 시원한 눈으로 주변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은 덤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차와 요깃거리를 해결하며 친한 지인들과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시가 시민들에게 선사하고 있으니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지 않을 수 없다. 예약만하면 누구나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세미나를 할 수도 있고, 모임 회의도 할 수 있다.
회랑주변으로는 작은 규모이지만 갖가지 전시도 열리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 오전 작은 음악회는 `하늘마당'에 온 시민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하늘마당' 맞은편에는 어린이도서관으로 운영하는 하늘도서관이 있어 어린이와 함께 하는 이라면 누구나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
굳이 시청에 행정적인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달라진 복합문화공간에 들르기 위해 지난 6월 30일까지 12만 명이라는 대전시민이 시청의 20층을 찾았던 것이다. 대전 시민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이 공간을 찾았다는 이야기인데, 대전시에서 시민들을 위한 공간에 대한 작은 행정적 변화가 이렇게 시민에 대한 큰 문화적 배려를 낳게 된 것이다. 이는 공적인 공간에 대한 형식적 차원의 변화가 문화적 차원으로 변화되고 시민들의 마음을 불러 모아 더 큰 공공성 확보라는 긍정적 행정의 결과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대전시청의 발전된 문화행정 서비스를 놓고 볼 때, 각 구마다 얼마나 많은 공적기관의 공간들이 비문화적으로 방치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몇몇 공적 기관들의 공간은 업무시간 내에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개방되어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의자 몇 개 갖다 놓고,와 음료 자판기를 몇 대 늘어놓는다고 그 역할을 다 한것은 아니다. 어둡고 음침한 공간에서 그림 몇 점 놓고 관람하라고 강요하는 기관이 시청 바로 앞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공공기관의 공공성이 아직도 형식적으로 이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모든 공적 기관의 대 시민 서비스 향상을 위해 문화적 공간확보를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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