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까? 그림일까? 얼음속 맥주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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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까? 그림일까? 얼음속 맥주의 진실은

[다시보는 전시]Cool Fiction 이유정 전

  • 승인 2009-08-11 14:42
  • 신문게재 2009-08-12 11면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늦더위의 기승일까. 이른 아침부터 작렬하는 태양으로 온 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된지 오래다. 에어컨 바람에 잠시라도 더위를 잊어볼까 하는 기대감에 들어선 전시장은 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냉장고 안에 가득담긴 맥주들. 손만 뻗으면 `뻥'하는 소리와 함께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함에 금방이라도 매료당할 것만 같았다. 한 쪽엔 세계 각국 각양각색의 맥주들이 얼음 속에 담겨 있고, 다른 한쪽엔 나란히 선 맥주들이 냉장고를 가득 메우고 있다.

화폭 속 그림들이 실물과 너무도 닮아있어 한참을 서성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늦더위에 만난 시원한 그림에서인지 화폭 속 맥주병과 유리잔에 담긴 의미를 먼저 물었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냉장고 속에 든 맥주병과 유리컵의 이미지가 잘 부합된 것 같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보는 이들이 쉽게 이해하기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는 이유정 작가. 이런 이유에서일까 작품 소재 대부분이 병, 유리컵 등 대단히 일상적인 것들이며, `그림일까? 사진일까?'의구심마저도 들게 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극사실주의만을 표방하고 있지만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냉장고 속에 놓인 맥주병과 유리잔을 클로즈업 해 사진으로 찍은 뒤 작가의 시각에서 이를 재해석해 그 형상을 화폭에 담아내기 때문이란다.

단순히 보여지는 사물이 아닌 이 작가의 생각이 입혀져 회화적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주제에 대한 그의 몰두는 대단했다.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백 번에 이르는 사물의 관찰과 채색은 짧게는 15일 길게는 수개월까지 걸린단다.

이 작가는 “극사실주의를 상업미술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작품에 작가의 의도를 담아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적인 사물에 내마음의 형상인 추상적인 요소를 담아 계속해서 작품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냉장고 속 맥주병과 유리컵은 단지 실험의 대상에 불과하다. 더많은 소재들이 그녀를 통해 재해석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의 미술세계에 확고한 의지가 있는 이 작가. 기대되는 이유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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