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덕 우송중 교사 |
필자의 고등학교 관악부 합숙 때 일어났던 몇 가지 일들은 지금까지 잊혀 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는다. 엄하고 무서웠던 음악선생님 밑에 선·후배간의 생활이 어떤 때는 억지(?) 생활 같지만 이런 생활들이 단결력과 끈끈한 정으로 이어져 몇십년 지난 오늘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합숙이란 참 묘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관악부 규율은 엄하기로 소문나 있다. 단체 운동이며 쉴 틈 없이 연습에만 골몰했던 합숙, 그것은 강행군 이었다. 밤이면 비록 지친 몸일망정 책장을 뒤척이면 “야! 누구야 불끄고 자”하는 무서운 선배의 명령에 기(氣)죽던 시절. 가끔 생각이 난다.
훗날 필자는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 부임하게 된다. 의욕과 욕망 가득한 젊음으로 과거 합숙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첫 합숙을 계획한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방학 한 달 여전부터 계획을 세우는데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가 음악실력 향상이다. 이러한 것을 기초로 하여 계획을 세우지만 무엇 하나 마음대로 안 되는 신임교사시절, 그래도 흥분되고 즐거운 마음을 갖고 합숙을 맞는다.
음악적 실력 외에 소위 주요과목 중, 국어·영어 과목 등을 외래 초빙강사를 모시고 실시한다. 그때 기억되는 과목하나, 말〔言〕하는 법을 가르친 것이 음악적 외에 큰 성과를 얻은 것은 보람으로 생각 된다. 요즘도 그러하지만 당시 청소년들의 말〔言〕, 즉 대화는 무례(無禮)그 자체였다. 당시 가르쳤던 내용 중 하나 예를 들면 `께서, 나오셨는데요, 이쁘시네요, 같아요' 등인데 위의 말들은 모두 자기보다 윗사람에게 하는 존댓말이다.
`말'이란 여러 곳에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가축에 쓰이기도 하고, 곡식 등 무게나 부피를 재는데 쓰이기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감성을 나타내고자 할 때 쓰이며, 아무렇게나 사용하면 결례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말의 쓰임을 위아래 구분 없이 사용하면 천박해 보이기에 비록 짧은 시간 이지만 올바른 언어사용법을 당시 합숙훈련 때 교육한 것이다. “이 강아지 예쁘시네요!” 강아지는 사람이 아니다. 이 말은 “강아지 예쁘네요!” 라고 해야 한다.
“만원 나오셨습니다” 돈이 사람인가? “이 물건은 만원입니다”라고 해야 하고, “내가 그때 그러셨거든요?” 이게 무슨 천박한 소리인가? “제가 그때 그렇게 했습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 본인 스스로 높이고 있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당시 합숙훈련 때 이러한 내용들을 설명하였는데 모두가 이해하고 오늘날 제자들을 만나면 그때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지난 과거를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보람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오늘날도 이런 말사용법을 모르고 심지어 만인이 보는 TV에서도 연예인들이 나와 높임말과 하댓말 구별 없이 사용하는 모습은 천박함의 극치다. 청소년들이 닮을까 염려된다.
“제 남편께서는 아무 음식이나 잘 잡수 십니다. 제 집사람께서는 저에게 잘 해주십니다.”
이런 말들은 본인이 남에게 배려하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제 남편은 식성이 좋습니다, 저희 아내는 저에게 잘 해줍니다.”
존댓말과, 하댓말은 사람들에서만 사용하는 존칭어다. 윗분께 본인을 소개할 때 본인을 낮추어 말해야 한다. 필자는 지금도 말〔言〕을 잘못 사용하면 바로 잡아 주려 노력한다. 존댓말과 하댓말은 사람에게만 쓴다. 윗사람에게 자기를 말할 때는 자기를 낮추어 말해야 한다. 필자는 지금도 말〔言〕을 잘 못쓰면 바로 잡아 주려 노력한다. 교사란 의식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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