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문학 전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화재리스크 관리를 소위 심층방호(defense-in-depth)라는 최상위 안전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심층화재방호를 주택이나 아파트 화재 예방을 위해 응용할 수 없을까? 만일, 시민들이 재해의 피해자가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기본적인 3 요소는 불에 탈 수 있는 물질(가연물), 점화를 일으킬 수 있는 불씨(점화원), 그리고 공기(산소)다. 이들 3 요소 중 하나라도 없으면 화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주택과 아파트 생활에서 가구류인 가연물과 조리와 난방을 위한 점화원이 없는 공간은 없으며, 공기가 없다면 우리는 숨을 쉴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원자력발전소의 심층화재방호 첫 번째 철학을 적용해 보자. 구조물과 가구의 배치에서 가연물과 점화원 상호간 거리를 최대한 크게 한다. 쉬운 예로 조리기구 주변에는 절대 가연물을 두지 않는 것이다. 외출 시에는 점화원이 될 수 있는 콘센트를 철저히 분리하고 열원 물질을 별도로 격리시킨다.
만일 가연물과 점화원이 공존하는 음식물 조리, 빨래 삶기, 다림질, 전기장판, 컴퓨터, 난로 등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위험한 상태가 반드시 사람의 통제 범위에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무심코 자리를 비운 순간 화마는 신문과 방송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다. 가정의 두 번째 심층화재방호 수칙은 화재감지기와 소화기 구매에 투자를 하고 사용법을 잘 배우는 것이다. 화재를 조기에 알리는 경보는 가족의 생명과 피땀으로 이룬 재산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며 소형 소화기 한 개는 대형 참사의 근원을 끊는 자비의 천사가 된다.
가정과 이웃이 함께 행복하며 미래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에 결코 인색하지 말아야 하며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잘 갖추는 것이 현대시민의 의무이며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다. 심층화재방호의 세 번째 단계는 `설마와 글쎄'를 없애는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설마 우리 집에는, 글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일같이 130건의 화재가 발생하며 오늘도 10여명의 어린이와 연로한 친척들이 화염에 노출된 상황에서 `설마와 글쎄'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서 최소한 한번쯤 일어날 수 있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 나아가 화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응급 신고, 초기 소화, 주민 대피, 차량 진입로 제공 등이 있으며 평상시 이웃과 대화하며 베란다 비상 탈출구를 공유하는 공동사회의 사랑이 성숙되어야 한다.
유럽과 미국 등의 국제기구는 산업체의 화재방호 핵심기술을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민간인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여 화재실증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에서도 국내 컨소시엄에 의해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국 (OECD/NEA)에서 주관하는 국제공동연구인 화재실증시험 및 모델링 과제인 프리즈미 (PRISME)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화재실증시험과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연구 결과물은 주택과 아파트의 화재 예방뿐만 아니라 산업체 재해를 줄일 수 있도록 과학적 관리와 화재모델링에 의한 화재위험 분석기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최신기술은 화재 시나리오에 의해 가상의 화재를 모의 분석하여 화재 발생시 피해의 크기와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최신 화재방호기술은 주택과 아파트의 화재위험을 사전에 분석하여 대책을 확보하기 위한 화재모델링 분석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화마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행복사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과학적 화재위험 분석 기술과 산학연 전문가들의 공동 노력으로 일상의 재해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노력이 한층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