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전 한남대대학원장 대전연극협회장 |
이 대형 야외공연 작품은 서구청(청장 가기산)이 야심차게 시도한 퍼포먼스지만, 사실 그 이전에 이미 준비 단계를 거쳤다. 서구청은 이미 역사학계의 도움으로 고려 말 국운이 쇠하던 당시의 탐관오리의 학정에 반발한 천민(賤民) 반란의 발화점이었던 명학소가 갑천을 끼고 있던 지역임을 밝혀냈고, 이어 2004년 겨울에는 역사극 `명학소의 북소리'(도완석 작/연출)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무대화하기도 했다. 당시 가기산 청장이 직접 배역을 맡아 세인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번 갑천 공연은 그 모델을 중국 계림의 이강에서 펼쳐지는 `인상(印象) 유삼저'로 삼았다.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이 공연작은 5년간 엄청난 비용을 들여 계림의 바다 앞 산천 지역의 12개 봉우리를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이 공연은 사실 계림의 관광전략의 일환이랄 수 있다. 다녀간 관광객을 다시 불러 올 수 있는 방책이 바로 `인상 유삼저'였다. 필자도 그 유인에 빠져든 사람 중 하나다.
`갑천'이 계림의 수준에 도달한다면 좋겠지만 일단은 기대 수준을 낮춰 잡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동원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은 민주국가의 작은 지자체인 대전 서구청과 비교될 수 없는 터다. 지역사업자들의 자발적인 지원과 서구청의 행정적 지원, 그리고 지역민 1000여명의 자발적 출연. 이는 아마 우리나라 공연사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예일 것이다. 때문에 공연 준비 과정은 철저하게 기록되고 보관될 필요가 있다.
현재 전 세계를 풍미하고 있는 인기 공연물 중 수 백회를 공연하지 않은 것은 전무하다. 어떤 공연물도 첫 번째 산물이 전폭적인 찬사를 받았던 예가 없다. 무수한 시행착오의 연속 속에 하나하나 부품들이 영글어져서 훌륭한 완성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공연예술에는 완결성을 갖는 작품이 없다. 그것이 공연예술의 특성이며 장점이다. 때문에 이 `갑천'을 행하는 공연주체는 그들의 행위를 최종적인 것으로 일단락 지어서는 안 될 것이며, 보는 관객도 판단을 일거에 내리는 대신 또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게 좋다.
계림의 공연장을 가면 5000~6000명에 이르는 하루 관객 중 태반이 현지 내지 여행 온 중국인이고 5% 정도가 외국인들이다. 중국인들의 열띤 호응이 있기에 외부인이 유인된다. 이 5%가 많은 부(富)를 현지에 남기고 떠난다. 그러면 된다. 그게 굴뚝 없는 관광산업이다.
대전이 내세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틀린 말이다. 대전 시민이 내세울 것을 만들어야 한다. 21세기에 정치적 국경은 별 의미가 없다. 거기엔 오직 중요한 세계 도시가 문화의 등대 노릇을 하는 문화의 경계선이 있을 뿐이다. 대전은 과학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도시로 세계지형에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대전 사랑이 제1의 요소다. 관극은 공연예술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다. 시민들이 그 역할에 기꺼이 들어서기를 바란다. 대전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갑천'준비에 여념 없는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성공적인 공연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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