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구 주공 대전·충남지역본부장 |
하반기 대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으로 여념이 없다. 당장,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발등의 불이고, 8월에 `세계어린이환경회의', 10월에 `국제우주대회', 시(市) 승격 60주년 기념 `전국체육체전' 등 굵직한 행사가 연이어 개최된다.
그런가 하면, 동구에서는 `대전역 영시축제' 준비가, 서구에서는 갑천 위에서의 수상뮤지컬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국내 최초 수상뮤지컬인 `갑천'은 고려시대의 망이·망소이 봉기를 주제로 하고, `영시축제'는 근세 100년의 삶의 질곡을 대전 역사(驛舍)를 통해 일깨운다는데 새삼 대전에 대한 지리적,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대전은 차령산맥과 소백산맥 사이의 분지다. 그래서 대전은 동서남북 산들로 닫혀 있다.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식장산(598m)인데 대전의 동쪽을 계족산과 함께 지키고 있다. 남쪽으로는 만인산, 장태산, 보문산, 구봉산등이 자리하고 있고 북과 서에는 오봉산, 금병산, 갑하산, 백운봉, 금수봉 등이 굽이치고 있다.
대전에는 3개의 큰 물길이 있다. 가장 큰 물길은 갑천인데 대둔산, 계룡산에서 발원하여 흑석동, 가수원동, 도안신도시를 거쳐 우성이산을 휘돌고 북으로 오르다 금강으로 합류한다. 물의 길이는 40km에 이른다.
유등천은 금산군 진산면에서 발원하여 안영동, 유천동, 도마동, 용문동을 지나 삼천동에서 대전천과 합류하고 바로 갑천으로 유입된다. 물길은 15km가량 된다.
대전천은 만인산에서 발원하여 산내동, 석교동, 인동, 문창동을 지나 목척교를 거치고 삼천동에서 유등천과 합류하는데 총 연장 22km정도다.
대전을 지나는 물길의 총 연장은 총 200여km가 넘고, 그만큼 대전은 물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대전시 5개 구(區)의 경계는 바로 이 물길로 구분되는데, 갑천의 물줄기를 따라 서쪽으로 유성구, 동쪽으로 대덕구다.
갑천과 유등천 사이에 서구, 유등천과 대전천 사이에 중구가 있고 대전천의 동쪽으로 동구가 위치해 있다.
대전이라는 지명도 물과 깊은 인연이 있다. 대전이 문헌상 처음 등장한 것은 동국여지승람(1486년)에 `유성현 동쪽 25리에 대전천(大田川)이 있다'는 기록인데 당시 대전은 대전천을 말하거나 천 부근의 장시(場市)를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전이 행정 명으로 처음 등장하는 것은 그후 400년이나 지난 후다.
공주목지도(1872년)에서 `산내면 대전리'로 기록된 대전은 지금의 대전역을 중심으로 원동, 중동, 정동(현재는 동구 중앙동으로 통합), 삼성동 일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고 보면 대전역은 역사(驛舍)로서의 100년의 추억거리 이전에 우리 한민족의 삶의 질곡을 고스란히 투영한 문화적 산물임에 틀림없다.
서구 탄방동 남선공원에 오르면 `망이·망소이 민중봉기' 기념비가 있다.
고려 명종 때(1176년), 공주 명학소(鳴鶴所)라는 특수 행정구역의 천민이었던 망이·망소이는 탐관오리의 수탈을 견디다 못해 봉기를 일으켰으나 18개월 만에 생포되고 두 형제는 감옥에서 옥사하고 만다.
그러나 슬픈 망이·망소이 형제의 봉기는 헛되지 않았다. 이후 전국적으로 일어난 고려시대 민중봉기의 도화선이 되었으며 결국 천민집단이 소멸하는 계기가 된다.
그 망이·망소이 형제가 봉기한 공주 명학소가 바로 `숯뱅이 마을' 서구 탄방동 일대다.
지자체 출범이후, 지역 중심의 수많은 문화제들이 경쟁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문화제는 지역의 지리·역사적 배경의 특이성을 부각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지역민과의 문화·정서적 공감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와 사람과의 연결고리, 이 시대 우리에게 맞닥뜨려진 역사와 문화의 이해 속에서 자기의 발견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내야만 지역 문화축제가 활성화되고 성공적으로 정착·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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