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산]천직과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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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산]천직과 정체성

[기고]임종산 충남경찰청 정보 3계장

  • 승인 2009-08-09 13:01
  • 신문게재 2009-08-10 21면
  • 임종산 충남경찰청 정보 3계장임종산 충남경찰청 정보 3계장
가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생활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일자리 문제가 거론되면 으레 대화의 결론은 “그래도 공무원들은 괜찮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보장하므로 아무런 걱정이 없단다. 그런데 나쁜 일을 하는 공무원이 왜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 임종산 충남경찰청 정보 3계장
▲ 임종산 충남경찰청 정보 3계장
`철밥통, 부정부패, 비능률, 무책임, 무소신, 복지부동, 영혼이 없다' 등 이쯤 되면 귀를 닫아야 한다. 공격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일과 직업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일은 개인이 삶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경제적 대가와 계속성이 보장된 일을 직업이라고 한다. 직업에는 천직이나 소명, 봉사, 책임, 전문가 등의 수식어가 따른다. 단순한 노동이나 생계를 떠나 인간관계 형성은 물론, 사회에 참여하고 자아를 실현시키는 것들이 일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깊어질수록 공직자로서의 삶이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때가 많아졌다. 국민과 직접 관련된 일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젊은 날에는 이면이나 깊이는 애써 찾거나 보려하지 않았다. 나이가 든 지금에야 자연스럽게 가슴에 와 닿는다. 새삼 부끄러웠던 기억이 많다. 이제는 사생활 중이라도 업무와 관련된 일이 발생하면 자신도 모르게 생각과 몸이 함께 움직인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기다림과 아픔이 있었다.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신성한 것이라는 천직, 자신의 직업을 그만큼 소중히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함을 의미한다. 직업의식이다. 나무꾼이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무를 베는 것과 건축이나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벌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지닌 최고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제공하고 나아가 사회 발전을 위해서라는 것은 천직 관을 갖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쉽지 않은 답이다. 천직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집단은 강하다. 주어진 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요즘 충남 경찰이 소박하지만 기본적이고 뜻 깊은 일을 찾아 나섰다. 내가 누구이며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나를 찾는 운동, 즉 경찰관으로서 정체성 찾기에 나섰다. 경찰관 업무일지 첫 장에는 `경찰헌장'이 있다. 경찰관이 추구해야할 가장 이상적인 경찰상을 담고 있다.

조국광복과 함께 태어나 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경찰로서의 책임과 스스로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할 5가지 덕목을 밝히고 있다. 1. 모든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고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봉사하는 친절한 경찰 2. 정의의 이름으로 진실을 추구하며, 어떠한 불의나 불법과도 타협하지 않는 의로운 경찰 3.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오직 양심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공정한 경찰 4. 건전한 상식위에 전문지식을 갈고 닦아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근면한 경찰 5. 화합과 단결 속에 항상 규율을 지키며 검소하게 생활하는 깨끗한 경찰이 그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본연 찾기가 봄불 번지듯 경찰관들의 의식 속으로 깊게 퍼지고 있다. 그동안 경찰헌장은 경찰의 날, 그해 업무를 마무리하는 종무식과 새해를 설계하는 시무식 등 일부 행사에서만 의미를 새겨왔다. 정체성도 고정된 것이 아닌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으로 본다. 정체성을 찾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일상이다. 일상 속에서 문제를 찾고 답을 찾는다. 자신을 비롯하여 하는 일, 해야 할일, 가족, 직장,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역할과 신념, 존재와 가치도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일상을 회복시키고 잠재의식을 일깨운 박종준 충남경찰청장이 직원들에게 준 메시지의 의미가 크다. 노력으로 천재가 될 수는 없지만 노력으로 이루려는 목표에 도달할 수는 있다. 경찰헌장은 단순한 단어 배열이 아니다. 우리가 실천해야할 내용이다. 창설 64년을 앞둔 경찰, 건국과 구국, 호국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는 경찰정신을 생각하며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할 선을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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