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움직임이 있어야 할 대전시의 태도는 부동이다. `무조건 국립박물관이면 된다'는 기존의 추진계획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역 역사를 되살펴 볼 수있는 시립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이 절실한 이 때 국립박물관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전시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지역에서 가장 많은 양의 문화재를 개인 소장하고 있는 김영한(90·대덕구 중리동) 옹은 “대전시는 문화에 대한 관심과 배려부터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옹이 소유하고 있는 시지정 문화재는 18점이며, 유물 등 전체 소장 목록수는 1만5000여점에 이른다. 김 옹은 “대전시와 충남도 분리당시 지역 문화재, 유물 소장자 7명이 대전지역에 박물관이 설립되면 소장 유물을 기증·기탁 하겠다는 결의서를 썼었지만 유야무야 되면서 지금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유물이 있어도 박물관을 짓지 못하는 곳이 대전시”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가 박물관도 짓지 않고 기증하라는 요청을 한다. 하지만 평생 동안 노력과 재산을 들여 수집한 소중한 보물을 어떻게 관리될 지 불투명한 곳에 맡길 수는 없다”며 “대전시의 박물관 건립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토사학자 이규희 선생은 자치단체장들의 마인드를 지적했다.
이 선생은 “이 지역 출신자가 아닌 사람들이 자치단체장을 맡으면서 지역의 문화와 유물, 문화재에 관심이 없을 수 밖에 없다”며 “표만 ?아 다니는 민선자치들어 더욱 사태가 심각해졌다”고 질타했다.
그는 “문화원, 전수관, 해설사 등 중구난방으로 흩어져있는 역사를 모을 수 있는 박물관의 필요성은 절실하다”며 “심각한 문화재 방치 실태를 인식하고 마스터플랜을 세워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묵 충남대 명예교수(한국사)는 “향토사료관 등 지역의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타 지역에 시립박물관이 있으니 우리도 있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집을 뚝딱 짓는 것이 아니듯 박물관 건립을 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11대손인 송성빈(59·유성고 교사)씨는 “대전만큼 역사가 확실한 곳이 없는데 종합적인 유물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며 “지역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시립종합박물관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전선사박물관장 류용환 관장은 “기왕 시립박물관을 건립하려면 지역을 소화하기 보다는 전국을 상대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다시 말해 무턱대고 박물관을 지을 것이 아니라 대전의 역사를 어떤 테마로 종합할 것인지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주의 경우에서 보듯 국립박물관에 민속실을 만들어 역사자료를 전시할 경우 `시의 역사가 대변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며 “타 지역에서도 올 수 있도록 테마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영·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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