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게임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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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게임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10억 감독: 조민호. 출연: 박해일 신민아 박희순 이민기 정유미

  • 승인 2009-08-06 17:22
  • 신문게재 2009-08-07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인터넷 방송국이 주최하는 10억 상금 서바이벌 게임쇼. 바다 사막 밀림 강으로 이어지는 육지 속의 무인도 호주 퍼스에서 쇼는 시작된다. 하지만 뗏목 만들기로 시작한 첫 회부터 게임은 이상하게 풀려간다. 첫 번째 탈락자가 가슴에 화살을 맞은 시체로 발견된다.

 
 “나만 아니면 돼!” ‘해피선데이-1박2일’의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은 수시로 이 말을 부르짖는다. 까나리액젓을 먹지 않기 위해, 야외 잠을 피하기 위해서다. 영화 ‘10억’의 멤버들도 마음속으로 이 말을 되뇐다. ‘10억’ 또한 야생리얼리티를 내세운 서바이벌 쇼. 하지만 ‘10억’의 참가자들은 살아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탈락은 말 그대로 죽음이다.

 ‘10억’의 진행은 숨 가쁘게 빠르다. 8명이나 되는 출연자의 캐릭터를 더듬어 볼만도 한데 불쑥 사건부터 만들어간다.

 첫 번째 탈락자가 가슴에 화살이 꽂힌 시체로 발견되고, 이에 항의하고 게임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출연자는 그 자리에서 PD가 활로 쏘아 죽인다. 이후 나머지 참가자들을 윽박지르는 장PD의 진정한 쇼타임이 시작된다. 도대체 이 게임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게임의 정체를 드러내기 전부터 서바이벌 참가자만큼이나 관객을 혼란 속으로 빠뜨리는 노림수는 꽤나 영악하다.

 장PD의 잔혹한 행동에 ‘쟤, 왜 그래?’하며 황당해 하던 관객들은 ‘이 게임의 정체가 뭐지?’하고 묻고, ‘어떻게 죽을까-참가자들은 어떻게 선정됐지-주최자는 왜 이런 게임을 시작한 거지’ 등등 꼬리 무는 의문에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긴장감은 말할 것도 없다.

 초반부터 설명 없이 인물을 사건 속으로 밀어 넣고 힘 있게 밀어붙이는 방식은 조민호 감독의 트레이드마크. ‘정글쥬스’도 ‘강적’도 그랬다. 또한 인물들을 극한으로 내몰면서 영화의 재미를 끌어내는 게 그의 장기다. 그런 그에게 ‘10억’은 딱 맞는 옷이다.

 영화는 서바이벌 게임을 소재로 가져왔고, 무대를 광활한 호주의 퍼스를 택해 리얼리티 게임쇼의 외양을 갖췄다. 그러나 감독은 정작 게임쇼에 관심이 없다. 카메라맨이 달랑 한 사람뿐인 게임쇼라니. ‘1박2일’이 코웃음 칠 일이다. 구멍은 또 있다. 치밀한 설정과 디테일로 무장한 척 하지만 뜯어보면 이런 무대포, 막가파식 스릴러가 없다. 도망치려는 참가자와 감시하는 장PD 사이에 치열한 두뇌게임도 없다.

 감독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건 사람이다. 참가자들은 각양각색이다. 프리랜서 PD도 있고 파트타임 알바생도 있다. 고시생에다 술집 여종업원, 증권사 직원 등 출신부터 천차만별이다. 참가자들은 적당히 타인을 경계하고 적당히 이기적인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극단의 이기심과 극단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려 했던 참가자들은 게임쇼의 룰이 와해되는 순간 돈에 눈이 먼 짐승들이 된다.

 쓰러진 동료를 부축해 같이 살겠다는 사람과 나 혼자 살겠다고 동료들을 외면하는 사람, 돈과 사랑 앞에서 망설이다 돈을 선택하는 사람. 무엇을 택해도 아쉬움이 남기에 참가자들의 본성은 갈수록 날카로워 진다. 극중 인물들이지만 이들의 행위에 분노하고 안타까워 하다보면 가슴 한 구석이 찔린다. 넌 그런 적 없니?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후반부에 이르면 성악설이 떠오른다. 결국 영화는 게임 스릴러가 아닌 인간성에 관한 영화로 탈바꿈한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영화는 매력적인 나쁜 남자처럼 시선을 뗄 수 없게 붙드는 마력이 있다. 박희순 박해일 신민아 이민기 정유미 이천희 고은아 등 젊은 출연진이 펼치는 팔팔한 연기에 에너지 충만한 연출 때문은 아닐까.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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