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080세대의 '전사 피겨들' 스크린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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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080세대의 '전사 피겨들' 스크린 점령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감독: 스티븐 소머즈. 출연: 채닝 테이텀, 시에나 밀러, 이병헌

  • 승인 2009-08-06 17:20
  • 신문게재 2009-08-07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특수부대 대위 듀크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최첨단 무기를 운반하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에게 기습을 당해 팀원들을 모두 잃는다. 무기를 빼앗기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다국적 엘리트 군인 조직인 지.아이.조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듀크는 지.아이.조에 합류하고 옛 애인 배로니스가 인류를 위협하는 코브라 소속임을 알게 된다.

 
 출발은 전쟁놀이를 좋아하는 사내아이들이 갖고 놀 ‘영웅 전사(戰士)’ 인형이었다. TV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베트남전 전쟁 영웅을 접하며 전장을 누비는 영웅을 꿈꿨던 미국 6070세대들은 이 인형을 쌍수를 들어 반겼다.

 1980년 대. 지나간 베트남전의 약발도 다 떨어져가자 완구회사 하스브로는 영웅 전사라는 기본만 살리고 틀을 확 바꿔버린다. 사내아이들이 갖고 놀던 30㎝ 크기의 인형은 10㎝ 안팎의 소장하고픈 액션 피겨로 바뀌었다. 종류도 다양화돼 지구 곳곳의 영웅 전사가 피겨로 등장했고, 결정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부여했다. 한낱 인형에게 숨결을 불어넣은 이 발상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지.아이.조’의 탄생이었다.

 ‘스파이더맨’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마블코믹스는 스토리의 구도를 선과 악의 대결로 구상했다. 지구를 파괴하는 악의 축으로 코브라 군단을 설정했고, 코브라의 테러를 막고 지구를 구하는 임무를 지.아이.조에게 맡겼다. 래리 하마가 창조한 코믹북은 155호나 발간되면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판타지로 떠올랐고, 지.아이.조는 80년대 아이콘으로 등극한다. 이에 힘입어 1985년엔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다.

 아시아인들에겐 낯선 ‘지.아이.조’는 할리우드가 아메리칸 6080세대의 로망을 세계적 상품으로 가공해 내놓은 영화다.

 인형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선 또 다른 ‘트랜스포머’의 서막이라 할 만하다. 출발점뿐 아니라 영화 자체도 ‘트랜스포머’의 전철을 따라간다. 스케일과 강력한 볼거리로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것.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의 가장 큰 볼거리는 하이테크로 무장한 최첨단 무기들. 지.아이.조와 코브라가 서로 차지하려 드는 ‘나노마이트 탄두’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가공할 위력을 선보인다. 탄두에 의해 에펠탑이 무너지는 장면은 장관이다. 슈퍼 수트를 입고 시속 40마일의 속도로 벽까지 뚫고 지나가며 벌이는 액션도 현란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이야기와 볼거리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전작 ‘미이라 1, 2’ ‘반 헬싱’에서 보듯이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이긴 하지만 스케일 큰 볼거리를 만드는데 있어선 마이클 베이(‘트랜스포머’ 감독)에게 한수 배울 필요가 있다. 아기자기한 액션은 그런대로 볼 만하지만 스케일 큰 그림은 버겁게만 느껴진다.

 볼거리에서 자신을 잃어선지 그의 장기인 컴퓨터 그래픽과 스토리도 흔들린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배한 ‘미이라’를 만든 감독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코브라 군단의 해저도시 등은 볼품없다.

 스토리도 힘이 없다. 듀크와 배로니스, 립코드와 스칼렛 등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싱겁기 짝이 없다. 스톰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의 사연이 그나마 극적이다.

 국내 관객들의 주된 관심인 이병헌의 할리우드 첫 연기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스톰쉐도우로 출연한 그는 깔끔한 흰색 정장에 무표정한 얼굴, 화려한 검술로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동양 남자의 매력을 뽐낸다.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며 검을 휘두르는 장면과 냉혹한 킬러가 지닌 과거의 아픔을 드러내는 눈빛 연기는 코브라 군단에서 가장 돋보인다.

 기대를 모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치고는 실망스럽다. 아무 생각 없이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스케일만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블록버스터를 즐기고픈 관객에게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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