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광희 충남대 교수·한국인구학회회장 |
일본은 집권 자민당 아소 총리가 7월 21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8월 30일 투개표까지 40일간의 총선 대장정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아동수당 신설로 승부수를 띄웠다.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자녀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달 2만 6000엔(한화 33만 3000원). 1년 통산 31만 2000엔(한화 400만원)을 가족에게 지급하는 것이 그 골자다.
유럽 선진국은 GDP의 2.0% 또는 3.0%를 저출산 대책에 쏟아 붓는다. 한일 양국은 현재 저출산 대책 예산이 GDP의 0.4% 미만이다. 일본의 현행 아동수당제도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2년 전만 해도, 일본의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졸업까지 첫째와 둘째의 경우 5000엔(한화 6만4000원), 그리고 셋째 이상의 경우는 1만엔(한화 12만8000원)을 받았다. 현재는 첫째와 둘째의 경우 3세 미만은 1만엔(한화 12만8000원)으로, 부모의 소득제한이 있다.
아동수당은 1972년, 일본의 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에 자민당 주도로 창설되어 연립 파트너 공명당 주도로 확충됐다. 그동안 4차에 걸쳐 아동수당의 확충에 반대해온 것이 민주당이었는데, 느닷없이 아동수당 확충을 공약 제1호로 내건 민주당에 공명당이 못마땅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의 귀재 오자와 전(前) 당수가 애초 선거공약에 1만 6000엔이었던 것에 1만 엔을 더 얹어 2만 6000엔으로 인상하여 8월 30일 일본 총선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에 직면한 일부 기초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베이비 보너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무부처 보건복지부는 아동수당을 전국수준에서 일원화하는 것을 막대한 예산을 이유로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다. 그 대신, 일본 자민당의 소자화 대책 국민회의를 베껴다가 6월 10일에는 서울 양재동에서 `아이낳기좋은세상” 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에 모두 지역본부를 만들겠다고, 7월 6일에는 충북 청주, 7월 31일에는 천안에서 발대식을 했다.
저출산 대책은 복지정책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부는 달나라에서 온 모양이다. 여성들은 둘은 고사하고 하나 낳기도 어렵다는 세상에, 저출산 대책을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을 대상으로 하여 빈곤층에만 혜택을 주는 복지제도 정도로 생각한다. 3자녀 이상 무주택 가족이 얼마나 되기에, 현재의 물량배정을 늘린다고 저출산 극복에 보탬이 되겠는가. 보육, 특히 민간보육의 품질을 향상시키지 않고, 4세 미만 자녀의 무상양육대상을 35만 명 수준에서 62만 명 수준으로 늘린다고 무엇이 되겠는가. 또 최근에는 대학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그보다도 정부는 대학생 취업전쟁에 무엇을 하고 있으며 눈앞의 비정규직 대란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를 묻고 싶다.
이명박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립 서비스일 뿐이다. 우리나라 저출산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에 1.08명 단군 이래 최악의 출산율이 나왔고, 참여정부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정부는 대통령 직속 기구를 정부부처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으로 격하하여 버리고, 아이를 낳을 사람과는 직접 교감하지 않는 “아이낳기좋은세상” 운동본부를 만들거나, “인구교육지원법”을 준비하는 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8월 30일 일본 총선에서 집권여당 자민당의 패배가 확실하다. 이명박 정부의 립 서비스 저출산 대책이 현재대로 계속된다면, 집권 한나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며, 또다시 정권교체가 일어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보수정당은 국가보위의 차원에서 차세대를 육성하고, 비정규직이라는 고용불안을 축소하여, 서민의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4대 강에 쏟아 붓지 말고, 현 세대와 후세대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람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현 정부가 진정한 보수정당의 가치를 옹호한다면, 현재의 4대 사회보장제도에 어린아이를 하나라도 낳는 가족들을 위하여 새로운 제도, 바로 출산 사회보장제도를 창설하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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