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과도한 임금 양극화의 폐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안상윤]과도한 임금 양극화의 폐해

[중도춘추]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승인 2009-08-06 14:30
  • 신문게재 2009-08-07 20면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이른바 청년계층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88만원 세대'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원망이 깊어지고 있다. 많은 돈을 투자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서 받는 임금이 고작 100만원도 손에 쥐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의 유연성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 청년들의 입장에서 느끼는 충격이 너무 크다.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한들 저축은커녕 오히려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불현듯 자신의 장래가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 이 사회가 원망스럽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반면, 학벌과 인맥의 줄서기에 성공한 일단의 젊은 근로자들은 소위 말하는 신이 내린 직장이나 대기업에 진입해서 처음부터 부의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인생의 초기에 부의 차이가 4배 이상 나지만, 이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서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과도한 임금 격차 때문에 우리 사회 전반에 임금에 대한 불공평 의식이 크게 번지고 있다. 즉, 도시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근로자는 한 달을 꼬박 일해서 100만원 남짓 벌지만, 인맥을 동원하여 공기업에 취업한 운전원은 그 몇 배의 대우를 받는다. 글로벌화 된 시장 중심의 경쟁시대 속에서도 공공기관에 취업하여 하루 종일 문서나 뒤지고 있는 근로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정년과 임금의 안정을 다 누린다.

이와 같은 심리적 불공평성 때문에 생산이나 수출 전선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땀과 노력을 부정하는 왜곡된 임금 격차는 노동시장에서 일부 직종에 대한 심각한 쏠림현상을 가져오며, 결국에는 교육체제와 삶의 방식까지도 그릇되게 만든다.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임금 양극화에 대한 불만은 밖에 나가보면 그 심각성을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차별화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의 극단적인 임금 및 사람 차별의 문화가 싫어서 해외에 나가 체류하는 젊은 인재들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한 사회의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는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동일한 일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것을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리라고 한다. 이 제도는 조직의 차이나 인맥, 학벌에 의해 차별적으로 임금이 지급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데 기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노동의 유연성 확보라는 미명하에 비정규직 제도가 도입되었다. 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상에서 차별을 받는다. 오늘날 비정규직 인구가 많게는 800만 명을 넘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사회를 원망하고 있으니 불행한 국가가 아닐 수 없다.

스웨덴이나 뉴질랜드 같은 건강한 나라에서는 하는 일이 같으면 임금도 거의 동일하다. 때문에 스스로 비정규직을 택하여 시간을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모든 제도는 휴머니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양심 있는 많은 기업가들은 비정규직이라고 할지라도 `동일 노동 유사 임금'의 원리를 잘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부도덕한 기업주들은 비정규직에 대하여 가혹하게 낮은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오늘날 개방된 사회 속에서 모든 조직의 책임자들은 많은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착취한 조직이 장기간 존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회적 교환의식이 발달함에 따라 기업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들 대부분은 그 조직의 적이 되어 파괴적이 된다. 그 부메랑을 맞아 몰락한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노동의 유연성 확보가 근로자들의 임금을 과도하게 차별화시키고, 그로 인하여 사회가 원망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