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이러한 과도한 임금 격차 때문에 우리 사회 전반에 임금에 대한 불공평 의식이 크게 번지고 있다. 즉, 도시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근로자는 한 달을 꼬박 일해서 100만원 남짓 벌지만, 인맥을 동원하여 공기업에 취업한 운전원은 그 몇 배의 대우를 받는다. 글로벌화 된 시장 중심의 경쟁시대 속에서도 공공기관에 취업하여 하루 종일 문서나 뒤지고 있는 근로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정년과 임금의 안정을 다 누린다.
이와 같은 심리적 불공평성 때문에 생산이나 수출 전선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땀과 노력을 부정하는 왜곡된 임금 격차는 노동시장에서 일부 직종에 대한 심각한 쏠림현상을 가져오며, 결국에는 교육체제와 삶의 방식까지도 그릇되게 만든다.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임금 양극화에 대한 불만은 밖에 나가보면 그 심각성을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선진국에서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차별화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의 극단적인 임금 및 사람 차별의 문화가 싫어서 해외에 나가 체류하는 젊은 인재들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한 사회의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는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동일한 일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것을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리라고 한다. 이 제도는 조직의 차이나 인맥, 학벌에 의해 차별적으로 임금이 지급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데 기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노동의 유연성 확보라는 미명하에 비정규직 제도가 도입되었다. 같은 일을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상에서 차별을 받는다. 오늘날 비정규직 인구가 많게는 800만 명을 넘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사회를 원망하고 있으니 불행한 국가가 아닐 수 없다.
스웨덴이나 뉴질랜드 같은 건강한 나라에서는 하는 일이 같으면 임금도 거의 동일하다. 때문에 스스로 비정규직을 택하여 시간을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모든 제도는 휴머니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양심 있는 많은 기업가들은 비정규직이라고 할지라도 `동일 노동 유사 임금'의 원리를 잘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부도덕한 기업주들은 비정규직에 대하여 가혹하게 낮은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오늘날 개방된 사회 속에서 모든 조직의 책임자들은 많은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착취한 조직이 장기간 존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회적 교환의식이 발달함에 따라 기업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들 대부분은 그 조직의 적이 되어 파괴적이 된다. 그 부메랑을 맞아 몰락한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업이 요구하는 노동의 유연성 확보가 근로자들의 임금을 과도하게 차별화시키고, 그로 인하여 사회가 원망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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