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나 연말이면 발 디딜 틈 없던 시장
1971년 서른 살에 대전 원동 중앙시장에서 처음 수예품 장사를 시작하고 연말이나 명절을 앞두고는 중앙시장 골목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났다고 기억했다. 김 대표는 “집에 재사나 애경사가 있을 경우 다른 곳에서는 필요한 것을 구하기 어려워 꼭 중앙시장에 나와야 하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1970년대까지 원동과 중동 일대에 버스 터미널이 곳곳에 있어 중앙시장이 생활의 중심지였다는 것. 특히 시외버스터미널(중구 대림빌딩자리)에서 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 중교통 거리는 지금의 문화의 거리처럼 당시 사람이 많고 상권이 발달한 거리였다고 되뇌었다.
▲대전 상업의 뿌리 중앙시장
그는 중앙시장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다. 대전에서 장사를 꾀나 성공했다는 사람은 거의 중앙시장을 거쳐 나갔다는 것. 중앙시장에서 장사를 배우고 도시가 커지면서 밖으로 나가 새로운 장사를 한 사람이 많다고 했다.
특히 한복이나 주단은 중앙시장이 뿌리라고 자부했다. 김 대표는 “현재 사람 많고 장사하는 사람도 많은 중앙시장에서 장사를 배우고 밖에 다른 시장으로 가서 자기사업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라며 “중앙시장이 대전에서 상업이 성장하는 뿌리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통이 발달한 것이 오히려 중앙시장의 도매기능을 약화시키는 계기라고 봤다. “호남이나 전남에서 올라와 대전에서 물건을 사던 것을 1990년대부터는 서울에 직접 올라가는 경향으로 바뀌었다”며 “1980년 후반 이후 많은 도매상인이 중앙시장을 떠나 안타까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중앙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한복·이불 등 특화된 상가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다.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보통 20~30년씩 했기 때문에 실력도 좋고 품질도 믿을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지역에서는 이렇게 한복이 특화된 시장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사)대전한복협회가 지난 7월 창립했다”라며 “서울과 부산에 이어 두 번째로 그만큼 중앙시장 한복상가가 체계가 잡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시장을 외면하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재래시장하면 바가지를 연상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장사의 도의를 지키지 않았다면 30~40년씩 장사하긴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집에 가면 옆집에 사는 이웃”이라며 “요즘엔 젊은 나이에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례도 늘어났는데 젊어진 시장에 시민들도 많이 찾아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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