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사람냄새 폴폴... 전국물건 다 모였던 '만물장터'

골목마다 사람냄새 폴폴... 전국물건 다 모였던 '만물장터'

14. 대전중앙시장

  • 승인 2009-08-05 14:07
  • 신문게재 2009-08-06 1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생선에서 야채, 의복, 한약, 공구까지 없는 게 없는 대전 중앙시장은 현재 대전의 대표시장을 자리 잡았다. 골목마다 채소며 생선이며 먹거리 등 특색있고 다양한 상품군이 자리하면서 ‘장보기’가 아닌 ‘쇼핑’의 시대에도 시민들의 발길을 이어지는 것이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되고 현재까지 대전지역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대전중앙시장의 옛 모습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서울서 목포까지 3일 시절, 대전은 중간집하장=중앙시장은 1901년 서울과 대전을 잇는 경부선 철도가 개통됨에 따라 대전역을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시장이다. 대전의 시작이 그랬듯이 대전역을 중심으로 원동, 인동을 중심으로 주택이 들어서고 발길이 모이는 곳에 중앙시장이 만들어졌다. 남한의 중심이라는 대전 교통의 편의성을 바탕으로 물류중심기지로 성장한 중앙시장은 한국전쟁 당시 남하한 피난민이 대전역 인근에 정착하면서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지금의 대전천과 대동천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당시 대전역과 가깝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목척교 부근에 장이 들어선 것이다. 현재 대전은 서비스산업이 발달한 도시가 됐지만, 당시에는 교통의 요점을 살려 유통의 중심지로 부각됐다.

철도를 바탕으로 장이 만들어진 만큼 대전 중앙시장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생산된 물품을 호남·전남지방에 연결하는 중간 집하장 또는 역으로 호남과 충남에서 생산로 농산물 등을 서울까지 운반하는 길목 시장으로 성장해갔다.

당시 전국이 하루 생활권으로 든 것은 1980년 후반으로 그전까지 대전은 전남·호남 상인들이 아침에 올라와서 물건을 사고 저녁에 집에 갈 수 있는 교통의 이점이 있었다. 1970년 대전시정백서에 따르면 대전지역에 특히 도매업의 발전이 눈에 띄는데 법인 및 개인의 도매상에 고용된 취업인구가 1100명이 넘는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또 당시 원동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만큼 ‘원동시장권’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져 이 안에는 중앙시장, 평화시장 등 대전지역의 재래시장 중 80%가 집중돼 있었다며 상가가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한 것을 바로잡는 게 정책적 과제였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에도 중앙시장의 규모는 대전지역에서 가장 큰 것으로 1969년 시정백서에도 기록돼 있는데 대전지역 10개 공설·도매시장 중 대전중앙시장(1221평)에 상가가 637개가 모여 있다고 집계했다.

▲1970년대 중앙시장은 어떤 모습=현재 대전중앙시장은 생선·건어물에서 시작해 한의약거리, 먹자골목, 공구상가 등 일반 재래시장과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한 상품군이 조밀 조밀히 구분돼 있다. 이는 대전중앙시장이 삼남과 서울을 잇는 중개지 역할을 하면서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이 이곳을 거쳐 전국으로 흩어지는 창구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전역 옆 지금 역전시장이 있던 자리는 원래 중앙도매시장(현재 오정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있던 자리로 생선부와 청과물류 그리고 채소시장을 이곳에서 도매했다. 전국에서 새벽에 출발한 상인들이 이곳에 모여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그날 밤 막차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 당시 원동과 중동 일대에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이 있어기에 가능했다. 또 이곳에서 물건을 도매로 구입하고 기차 또는 자가용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렇게 중앙시장에서 물건을 떼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타지역 상인들이 이용하던 기차가 바로 ‘대전발 0시 50분’ 기차였다.

또 미군부대에서 나온 외국 상품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양키시장이 있었는데 당시 국내에서 살 수 없어 귀한 물건을 이곳에서 거래됐다. 양담배, 양주 등 당시 판매 금지상품도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었고 미군이 쓰던 속옷 등도 일등거래 상품이었다. 또 현재 동구청 길 건너편에는 목조건물로 된 2층짜리 건물에도 도매시장이 있었는데 1969년 중앙시장 대화재 당시 시장 2개 동에 건물이 모두 타버리는 일까지 있었다. 이후 시장에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지금의 모 은행 뒤편을 중심으로 포목상인들이 즐비했다. 비단이나 천 등을 도매하는 것으로 대전중앙시장이 전국 물류중심지 역할을 했던 만큼 포목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당시 원동과 중동 일대에 버스터미널이 있어 이곳에서 포목을 사고 가까운 버스터미널에서 호남이나 충남지역으로 이동했다. 이는 지금의 대전중앙시장이 한복, 이불 전문상가가 특화돼 성장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게다가 한국전쟁 이후 만들어지기 시작한 한의약 상가거리는 현재는 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특화된 상가가로 꼽힌다.

▲변화 움직임=대전중앙시장은 1960년대부터 시장에 여러 변화를 꿰한 것으로 보인다.

1970년 대전시정백서에는 중앙시장에 있던 중앙도매시장은 자리가 협소하고 한 지역에 너무 많은 시장이 있다 보니 교통문제와 공중위생문제 그리고 균형적 개발이라는 도시계획상의 문제를 낳고 있다고 기록했다. 그와 동시에 중앙도매시장은 현재 오정동으로 이전을 확정했다. 또 인동·서대전·중부공설시장에 대해 노후화된 목조 건축물을 시에서 매입해 콘크리트건물로 새롭게 짓는 시장근대화 사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래서 현재까지 중앙시장에 있는 2층 건물 중 일부는 이당시 근대화사업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또 상품의 도매기능으로 시작한 대전중앙시장 아직 도매의 기능이 남아있지만, 교통발달로 전국이 하루생활권에 들자 중앙시장의 도매기능도 약화한다. 이와 함께 1996년 유통시장의 개방, 백화점·할인점 등 새로운 형태의 소비공간의 등장과 재래시장 이용 시 유명제품과의 비교구매 등으로 전통시장의 상품 경쟁력이 악화됐다. 구도심 인구가 신도심으로 대거 이동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기존 재래시장의 상권을 위축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에 1990년 중후반부터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에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전통시장 내 특성화된 상점을 모아 특화거리를 조성하고 물건을 구입하기 편리하도록 주차장과 각종 시설물을 현대화하는 게 이때부터 시작됐다. 다행히 대전중앙시장은 현재 6개 특화상품거리와 4000여 개 상점이 입주해 만물상(萬物商)의 역사를 잇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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