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입양소녀, 머릿속 할머니를 통해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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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입양소녀, 머릿속 할머니를 통해 성장한다

  • 승인 2009-08-04 14:05
  • 신문게재 2009-08-05 12면
  • 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김필수 대훈서적 기획실장
경기도 파주에 사는 최민경씨 부부는 글만 쓰는 전업 작가들이다.

전업이라곤 하지만 아직 등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인 데다 남편도 고정수입이 있는 게 아니어서 살아지는 게 `기적' 같았다고 했다.

당선작은 사춘기 소녀의 머리에 죽은 할머니가 들어와 살면서 벌어지는 빙의현상을 소재로 삼았다. 이 소녀와 할머니가 이들 부부에게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주었다.

“원래는 판타지에 가까운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했어요.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꼬마 소년이 환상의 도시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였는데, 도입부를 네 번이나 고쳐 쓰다 보니 생각지도 않게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혼돈스러운 사춘기 시절에는 나 자신이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지요? 그런 느낌을 누군가 내 안에 들어와서 나를 움직이는 설정으로 끌고 간 겁니다.”

생선 한 토막 이야기부터 이 소설은 시작된다.

한 가정이 있다. 오붓하게 4식구가 앉아 식사를 하는데 생선 한 토막만 남았다.

주인공 열여섯 살 은재가 재빨리 젓가락을 내밀지만, 엄마는 은재의 손등을 세차게 내리치며 생선 접시를 아빠 앞에 내민다. 은재와 동생이 생선 한 토막 가지고 다투는 것을 보았으면서도 아빠는 매정하게 한 토막을 다 발라 드신다. 이렇게 4 식구의 캐릭터가 소개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은재는 여섯 살 때 박치기 하나로 보육원을 평정하지만 고집이 세고 드세다는 이유로 입양 명단에 들어가지도 못하던 천덕꾸러기였다. 유일하게 은재의 눈을 보고 웃어 주는 것은 아가방의 아기들 뿐,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웃는 아가와 함께 은재는 새로운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된다. 그 때만 해도 우리 엄마 아빠는 나처럼 여섯 살이나 먹은 고집 센 여자아이를 입양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나 역시 짠순이에 현실감각 제로인 우리 엄마를 만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나는 엄마 아빠가 타고 온 자동차에 실려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차 안에서 울다 지쳐 잠들어 버린다. 나처럼 이미 한 번 버림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은 다시는 버림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기 마련이다. 그건 나도 예외가 아니다. 집으로 온 나는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시험하기 위해 끊임없이 말썽을 피운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고, 더 이상 우리 엄마가 날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자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이후 난 엄마 아빠의 가짜 딸 노릇을 비교적 훌륭하게 해낸다. 돌아가신 할머니 귀신이 내 몸 속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치매로 인해 집 앞 공사장 웅덩이에 빠져 돌아가신 할머니는 나의 몸 속으로 들어와 싫어하던 된장국을 좋아하게 되고, 가끔 툭 던지는 예지력을 발휘해 주위를 놀라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내게 사람을 찾아 달라고 부탁해 온다. 나는 할머니 수작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꿋꿋하게 못 들은 척하지만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궁금증은 어쩔 수가 없다.

결국 나는 나에게서 할머니 귀신을 떼어내려면 할머니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고, 친구 은혜와 함께 하루 동안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된 건 놀랍게도 나의 어린시절이다. 할머니의 엄청난 비밀과 함께 찾아온 내 과거 앞에서 나는 배처럼 기우뚱거린다.

나는 할머니와 산다의 주인공은 열여섯 살짜리 입양 소녀다. 요즘은 입양 사실을 주변에 떳떳하게 밝히는 `공개입양'이 추세라고는 하지만 입양된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그 사실을 밝히는 게 쉽지는 않을 터다. 스스로 주변에 말하기까지 힘들게 거쳐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자신이 그런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일 때까지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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