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날씨' 기상청은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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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날씨' 기상청은 울고 싶다

  • 승인 2009-08-03 17:59
  • 신문게재 2009-08-04 6면
  • 김경욱 기자김경욱 기자
이른 오전부터 비가 온다고 예보했다. 지금은 오전 1시, 아직 하늘에선 아무런 미동도 없다. 잠을 청해보지만 이불만 뒤척이길 몇 시간, 또 한 번 창문을 연다. 어느덧 새벽 2시, 아직도 하늘은 잠잠하다.

한 갑 사온 담배는 몇 가치 남아있지 않다. 새벽 3시, 하늘만을 바라본 지 5시간 만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하루의 업무를 마감했다. (이상은 대전기상청 기상 예보관의 전언)

오락가락한 날씨가 지난달부터 계속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벌써 물러났음 직한 장마 전선은 아직도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같은 날씨 속에 뜬 눈으로 잠을 설치는 이들은 누구일까?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 주말에 바이어와 골프 하기로 한 직장인?, 모처럼만에 가족들과 해수욕을 즐기기로 하고 휴가를 낸 가장?

초등학생, 직장인, 가장도 아닌 날씨가 주업무인 미래 날씨를 선포한 기상인들이다. 요즘같이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여름철만 되면 기상인들의 삶은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데드라인이다. 이들만큼 ‘지탄’을 받는 직업도 없다.

기상예보는 우리 생활과 맞다 있고, 기상예보는 맞아야 ‘본전’, 틀리면 ‘역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큰 행사나 주요 인사의 방문 시에 기상예보가 틀리면 백번 잘해도 한 번의 실수로 낙마한 측우기를 만든 장영실 선생과 같은 일을 겪기 마련이다.

“저희는 예보를 했어도 ‘예상치 못한 기상악화로 인한...’ 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속이 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기상인의 길을 걷기 전엔 날씨 안 맞으면 기상청만 욕했으니까, 이해는 갑니다”

대전지방기상청 김학송 방재기상과장의 말이다. 지난해엔 잦은 오보로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수모까지 겪었던 기상인들. 이들이 날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지난해 겪은 일로 말미암은 절치부심은 그 어느 해보다 심한 날씨변화를 보이는 올해, 동네예보 등에서 대부분 적중을 보이고 있다.

이희훈 대전기상청장은 “백번 잘하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질타를 받는 게 우리 일이지만, 이런 것으로 의기소침하면 오히려 예보는 더욱더 맞지 않게 된다”며 “시민,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자부심으로 하루하루 하늘과 싸우고, 또한 하늘과 친구가 되며 ‘진인사대천명’이라는 심정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earw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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