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동규 유성구청장 |
이번 사태의 원인은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설치를 추진한 과정에 있다. 올바른 정책결정이라고 하더라도 주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정책집행이 쉽지 않다는 기본원리를 대전시가 간과한 것이다. 하물며 전민동과 원촌동 지역의 주민은 지난 10여년동안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나오는 악취에 끊임없이 시달려 온 터이다. 시설을 확장한다고 하니 냄새가 더 많이 나리라고 누구라도 생각했을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 지속적인 민원에는 꿈쩍도 안더니 이제서야 처리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으로 사태가 악화된 것이다.
주민의 마음을 풀고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진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깊이있는 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제 지난 잘못만을 탓할 수는 없다. 대안을 찾아보자. 가까운 일본의 경우, 도쿄에 20여개의 폐기물처리시설이 존재한다. 신규설치에 대한 주민반대도 없다. 얼핏봐선 분명히 혐오시설이지만 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설계부터 완전히 냄새를 차단하는 시설로 만들어져 생활에 전혀 불편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하수종말처리장은 악취가 난다. 냄새가 나기에 주민이 이전을 요구하는 것을 님비현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차선으로 거론되고 있는 금고동 쓰레기매립장내 슬러지처리시설 설치는 지금 안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슬러지 운반과 처리에 따르는 비경제성, 혼합소각과 혼합매립 등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가연성폐기물(RDF)을 소각하는 열병합발전소 건립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전이 어려울수록 대안은 보다 간명해진다. 악취를 원천적으로 막으면 되는 것이다.
독일, 일본을 비롯한 환경선진국들은 지역의 폐기물을 그 지역내에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고, 폐기물처리시설을 환경친화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수원이 2005년 하수종말처리장을 완전 지하화하였고 지상은 숲과 산책로, 골프장, 테니스장을 비롯한 각종 체육시설을 설치하였다. 혐오시설이 주민의 휴식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된 것이다. 수십억원의 수익도 발생하여 하수종말처리장 운영에 도움이 되고 있고, 주민들의 사랑받는 휴식공원이자 자랑거리가 되었다. 서울의 탄천물 재생센터도 지역의 보배로 거듭나고 있다. 용인과 안양을 비롯한 여러 자치단체도 하수종말처리장 지하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전이 불가능하다면 완전지하화를 통한 밀폐형식을 갖춰야 하며 지상은 공원화하여 주민들이 즐겨찾는 복합문화공간화가 해결책이다. 타지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 방법이 사회적 낭비를 막고, 주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길이다. 예산은 선택의 문제이므로 대전시의 의지로 극복하면 된다.
그동안 참고 견뎌왔던 인근 주민들에 대한 적정한 보상책도 고려할 만하다. 장기적으로는 인근 자치단체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광역화하여 운영해보는 방안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하수슬러지는 대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든도시가 안고있는 공통의 고민이다.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각계의 고견을 받아들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비온 뒤 땅이 더욱 굳는다는 속담이 있다. 갈등이 건전히 치유되어 대전발전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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