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관계자들은 소유자를 찾아다니며 기나긴 설득 끝에 지정문화재의 지역 유출을 막았지만, 언제 어떻게 넘어가게 될지 불안하다고 말한다.
#사례2= 지역의 사료 수집가 B씨는 1932년 대전부(府) 지정 당시 조례 규례집을 골동품 상회를 통해 구입했다. 10여만 원의 저렴한 구입가격이었지만 대전시 조례의 전신이 됐던 규례집이 떠돌아다니는 것이 안타까워 구입했다고 말한다.
#사례3= 골동품 경매 사이트에 60여 년 전 대전시청사 설계도면이 매물로 나온 적도 있다. 30년대 시청사 설계도면으로 시청 이전 당시 버리고 간 역사 사료물로 추정되는 물건이다. 당시 대외비인 시의 중요 문서가 골동품상에 떠도는 것이다.
▲ 대전시내 한 골동품 가게에 우암 송시열의 친필서 간찰(편지) 등 문화재급 고서가 소장되고 있어 있다./지영철 기자 ycji07@ |
지역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급 유물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골동품상을 전전하다 경제논리에 의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갈 우려도 높다.
실제 본보 취재팀이 지역의 골동품상을 수소문한 결과 문화재급 유물이 매물로 나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우암송시열 선생의 친필 가로현판 ‘심락제(沈樂濟)’를 비롯한 ▲김집선생의 친필서한 ▲우암 송시열 선생의 간찰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친필 편지 ▲윤증 친필 간찰 5점 등이 지역 골동품상에 잠들어 있다. 이들 유물들은 거래에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 문화재 지정도 받지 않은 것들이다. 경매가가 1800만~3000만 원 가량의 높은 가격에 책정돼 있다.
지역의 귀한 자료이지만, 관에서의 매입 노력이나 수집 노력이 없었던 만큼 개인의 손에 오가는 처지로 전락했다.
지역에서 문화재나 역사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소장자들은 “대전시가 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대전시 지정문화재 18점을 비롯해 자신이 평생 모은 역사자료와 문화재 1만5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김영한(90)씨는 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다고 지적한다.
대전지역에 자신이 소장한 문화재를 전시할 공간도 없는 데다 그동안 수차례 기증과 기탁을 한 결과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때문에 문화재 마인드가 전혀 없는 대전시에 맡길 경우 문화재가 훼손되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시립 향토사료관이 있지만, 박물관에 대한 신뢰도가 큰 김 씨는 체계성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인이 없는 지역에 자신의 문화재를 맡길 의사가 없는 상태다.
이대로라면 귀중한 자료들이 또 한 번 대전지역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의 기증기탁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전시의 경우 기증기탁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도, 마음가짐도 없다는 것이 문화재 소장자들의 공통적인 불만이다.
대전시 한 학예연구사는 “지역의 문화재들이 지역을 이탈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며 “하지만 문화재나 유물에 대한 매입 예산도 없을 뿐 아니라 지역에 시가 운영하는 선사박물관과 향토사료관이 있지만, 종합박물관 성격을 띠고 있지 않아 문화재를 모으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김민영ㆍ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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