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준]모두가 주인공인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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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준]모두가 주인공인 교실

[기고]안성준 아산교육장

  • 승인 2009-08-02 13:01
  • 신문게재 2009-08-03 21면
  • 안성준 아산교육장안성준 아산교육장
조직 관리 전문가들은 리더십이 약한 간부가 많은 조직에서는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진단한다. 어떤 연구 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상사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4점 정도이며 현재의 직장 상사와 다시 일할 생각은 3명 중 1명 정도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직장인은 자신의 상사가 `성과'보다는 `관계'를 중시하는 따스한 마음을 소유한 지도자이기를 원하지만, 일부 상사들은 `성과'를 강조한 나머지 `관계'를 소홀히 하여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사실이다.
▲ 안성준 아산교육장
▲ 안성준 아산교육장

최근 사각의 시멘트 교실 속에 생명력 넘치는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공부 잘하는 몇 명의 학생에게만 집중되었던 눈길을 골고루 펼쳐,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교실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평준화 정책은 여러 장점도 있었지만 이질적 수준의 학생들을 동일한 교육과정에 묶어놓음으로써 우수 학생의 학습의욕 상실, 부진학생의 학습 소외문제를 초래하였다.

충남도교육청에서 금년도 최대의 현안 과제로 표방한 학력증진 정책은 한 교실에서 동일한 학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제각기 수준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하여 학습동기를 유발하자는 것을 근본 취지로 한다. 곧 모든 학생이 주인공인 교실을 만들어, 교실 본연의 목적을 되찾자는 것이다. 이에 교육청 직원들은 사칠현삼(事七現三, 사무실에서 7, 현장에서 3) 정신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현장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매우 분주하다.

학력증진의 중심에는 교사들이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지닌 유기체다. 말 한 마디에 열심히 가르치고 싶은 의욕이 불끈 샘솟기도 하고, 하던 일마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학력증진이 상급 기관에서만 외치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시와 통제로 마지못해 하는 참여가 아니라, 열정과 보람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참여가 교육시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백악관의 주인공이 된 오바마에게는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숨겨진 리더십이 있었다. 경쟁자의 공세에도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 원색적 비난에 잘 드러나지 않는 절제된 감정, 토론에 임할 때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 남의 말을 절충해가는 조화로운 태도가 그것이다. 그는 진정 화려한 연주를 뽐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자가 아니라, 자기 소리를 내지 않지만 다른 주장을 절충할 줄 아는 지휘자형 리더라 할 만하다.

목표 달성에는 무엇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학력증진의 목표는 학생들의 행복한 미래를 열어주는 데 있다. 그러나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하여 교실에 있는 어느 누군가의 현재가 불행해서는 안 된다. 교실은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의 전유물이어서도 안 되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불합리한 경기장이어서도 안 된다. 학생만이 주인이 될 수도 없고, 교사만이 교실의 주도권을 행사해서도 안 된다.

급류에서 래프팅을 하듯이 거친 물소리 때문에 리더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지만 목적지를 향하여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조화롭게 힘을 모아 노를 젓는 과정, 그것이 모두가 주인공인 교실을 만들어가는 길이다. 교실은 역동적이라 더러는 부지런히 뛰어가야 할 때도 있지만, 충분한 준비 속에 걸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오늘도 나는 학교 구성원 서로를 향한 격려와 지지가 넘치는 교실, 골을 넣은 사람은 물론 그 골을 어시스트 해 준 사람의 가치까지도 간과하지 않는 교실을 꿈꾸며 아이들이 함박꽃처럼 웃는 웃음을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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