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가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서면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된다. 어린이 스키교실에사 강사를 하던 종삼은 코치가 되어 선수들을 끌어 모은다. 미국 주니어 스키 국가대표였던 한국 입양아 출신 헌태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5명의 선수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다.
‘국가대표’의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스키점프 장면이다. 장쾌하다. 도약대를 막 떠난 선수가 스키를 브이(V)자로 벌리고 몸을 최대한 낮춤으로써 예각을 만들어 도구와 몸을 일치시키며 아득하게 허공을 날아가는 모습은 찌든 가슴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점프 장면은 여러 번 반복되지만 매번 아름답다. 점프를 위해 시속 80㎞~100㎞로 빠르게 하강 질주하는 선수들을 같은 속도로 따라가며 담아낸 ‘캠캣’ 촬영은 스피드에 보는 이들이 점프하는 듯 짜릿한 실감을 얹는다. 전편을 통틀어 경기 장면은 사실상 하나 밖에 없지만, 그 한 번의 동계올림픽 장면을 유감없이 활용해 성공적인 클라이맥스로 이끈다.
명색이 국가대표지만 국민들은 있는지조차 모르는 스키점프팀의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수들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 훈련하는 장면 역시 흥미롭다. 어설플 수밖에 없는 동작들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몸 개그의 재미도 상당하다.
김용화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전작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에서 보듯 그의 장기는 버려지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으면서 웃음과 감동을 끌어내는 것.
국가대표 선수로 유명해져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으려는 헌태, 코치의 딸의 사랑을 얻으려는 흥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재복, 군대 면제를 받아 귀가 어두운 할머니와 모자란 동생을 부양하려는 칠구. 얼떨결에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가 되긴 했지만 이들 모두에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도약대를 박차고 허공에 몸을 던지면 찌질한 일상은 발아래 세상이다. 하늘과 하나가 됐을 때 비로소 자유가 된다.
감독은 웃음 포인트와 관객들이 언제 감정적으로 고양되는지 잘 포착한다. 코미디, 드라마 그리고 폭발하는 감동까지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는 솜씨는 박수감이다. 여기에 꼼꼼한 디테일을 바탕으로 한 미장센. 적재적소에 흐르는 음악의 힘도 세련미와 감동을 더한다.
웃다가 울면서 영화를 보다 보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이 이 나라를 이끄는 진정한 국가대표임을 깨닫게 된다. 무더운 여름, 뻐근하면서도 시원한 재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중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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