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하구둑 논란은 여전히 잠재된 갈등으로 남아 있다. 명확한 제3의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양쪽의 팽팽한 입장은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천군의 입장은 분명하다. 해수 유통 없이는 하구의 수질개선도 금강살리기도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강 살리기 사업을 한다는 것은 역으로 강이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결국 본연의 문제는 수질입니다. 그 지표는 바로 강의 최하류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하구의 수질 개선 문제를 빼 놓고는 금강을 살리겠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이덕구 서천군 정책기획실장의 말이다. 서천군이 이 처럼 금강 하구의 해수유통 문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하구둑 건설 이후 가속화된 어장파괴와 수질악화 등의 어두운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실장은 “금강 하구의 수질 문제는 비록 지금 묻혀가더라도 10년 이내에 반드시 다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하는 전북도와 군산시의 입장 역시 강경할 수 밖에 없다. 막대한 양의 용수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금강 물을 끌어다 새만금 희석수로 사용한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상습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반대의 명분이다.
▲ 금강하구둑을 사이에 두고 서천군과 군산시가 마주해 있다. 양 자치단체는 금강하구의 해수유통 문제를 두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
이미 전북도는 하구둑 철거 논란이 불거진 직후 “오랫동안 물을 가둬놓으면 약간의 오염이나 수질악화가 당연히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함에도 막대한 사업비가 투자된 하구둑을 철거할 수는 없다”며 “막대한 양의 농업 및 공업용수 공급과 주변 저지대 침수피해 방지를 위해 하구둑은 존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실제 전북도는 하구둑으로부터 매년 군산 3만 7000㏊를 비롯해 전체 4만 4000㏊의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 받고 있으며, 군장산업단지를 비롯해 전주와 익산 등지로 공급되는 생활 및 공업용수량도 연간 1억 2000만㎥에 달하고 있다.
반면 충남도의 경우 금강호에서 용수를 공급 받는 경작지 면적이 서천 6000㏊를 비롯해 전체 1만 6000㏊정도로 용수의 대부분이 전북 지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하구둑 논란을 또 하나의 물분쟁 사례로 지적한다. 대전대 환경공학과 배병욱 교수는 “용담댐의 용수 배분 문제로 여러 지자체가 물분쟁에 직면했던 사례처럼 금강하구 문제도 결국 일종의 물분쟁 사태로 봐야 한다”며 “용담댐 사례를 거울 삼아 이견을 조정하고 명확한 합의안을 도출해야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수유통, `영산강의 사례 교훈 삼아야'
일단 바다와 만나야할 강물이 인공구조물에 가로 막혀 고이고 썩어간다면 물길을 터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홍수예방과 용수확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에 대해 서천군은 영산강의 사례를 들어 해수 유통의 필요성과 그 해결방안을 다시금 역설하고 있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금강 하구의 수질 개선을 위해 영산강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3~4급수 수준인 금강 하구의 수질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머지 않아 영산강의 경우 처럼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5급수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영산강에 대한 연구에서 해수 유통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영산강의 전철을 밟기 전에 금강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에 대해 논의하자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구둑으로 완전히 가로막힌 금강 하구에서 사실상 바닷물과 희귀성 어종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나 다름없는 어도. |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금강하구의 해수 유통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전승수 교수는 “하구둑에 가로 막힌 지 2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금강의 수질 문제는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하구를 막아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수 야통으로 해결한 사례와 영산호의 문제를 거울 삼아 금강하구역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강에 비해 10년 정도 앞서 하구둑이 건설된 영산강의 경우 현재 하구 담수호의 수질이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분적인 해수 유통 방안이 지속적으로 검토돼 오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주된 해수 유통 방안은 하구둑을 부분 개방하는 대신 개방식 수중보를 설치해 상류 지역에서 용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기수역 경제적 가치 일반 경작지의 250배 해수 유통 가능할까
결과적으로 하구의 해수 유통은 단절된 기수역의 회복을 의미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면서 염분 농도에 따라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기수역은 일반적으로 지구 상에서도 가장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환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경제적으로만 환산해도 경작지의 250배에 달하는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금강하구와 같이 조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조석(潮汐) 우세의 염하구는 세계적으로도 람사협약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내륙 및 연안 습지 만큼이나 존재하는 면적이 많지 않아 희소적 가치도 높다. 따라서 해수 유통을 통한 기수역의 복원은 곧 생태적으로 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된다. 하구둑으로 인한 어장파괴 문제 등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서천군이 해수 유통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천군은 해수 유통이 토사 퇴적 지연과 기수역 복원을 통한 수질개선, 장기적 관점의 담수 이용과 홍수조절 기능 유지, 생태계 및 어장 복원을 통한 경제적 가치 향상 등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금강 하구의 해수 유통 방안은 실현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금강하구의 관리 주체가 일원화 돼 있지 않아 정부 부처간 이견 조율과 인근 지자체와의 의견 대립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금강 하구의 관리를 나눠 맡고 있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는 이해 관계에 따라 해수 유통에 반대하거나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관련 부처 및 지자체 간에 합의된 `실태조사 및 관리개선방안'에 관한 용역은 예산 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새만금의 수질 개선 방안을 놓고 해수 유통과 금강물을 희석수로 끌어다 쓰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금강물을 희석수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경우 사실상 금강 하구의 해수 유통이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물포럼코리아 최충식 사무처장은 “새만금 수질개선을 위해 금강물을 끌어다 쓰겠다는 계획은 결국 양쪽을 다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지속적인 물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며 “금강 하구의 해수 유통을 통한 기수역 회복은 당위적 측면이 있는 만큼 용수확보와 새만금 수질개선 문제는 다른 곳에서 적절한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이종섭·사진=김상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