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엇갈리는 하구둑... 철거 또 하나의 `물분쟁'

生과 死 엇갈리는 하구둑... 철거 또 하나의 `물분쟁'

[금강리포트]비단길 천리에서 상생을 찾다 5.하구둑, 그 잠재된 갈등

  • 승인 2009-07-30 14:05
  • 신문게재 2009-07-31 13면
  • 글=이종섭.사진=김상구 기자글=이종섭.사진=김상구 기자
▲하구둑 논란

그러나 하구둑 논란은 여전히 잠재된 갈등으로 남아 있다. 명확한 제3의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양쪽의 팽팽한 입장은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천군의 입장은 분명하다. 해수 유통 없이는 하구의 수질개선도 금강살리기도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강 살리기 사업을 한다는 것은 역으로 강이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결국 본연의 문제는 수질입니다. 그 지표는 바로 강의 최하류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하구의 수질 개선 문제를 빼 놓고는 금강을 살리겠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이덕구 서천군 정책기획실장의 말이다. 서천군이 이 처럼 금강 하구의 해수유통 문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하구둑 건설 이후 가속화된 어장파괴와 수질악화 등의 어두운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이 실장은 “금강 하구의 수질 문제는 비록 지금 묻혀가더라도 10년 이내에 반드시 다시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하는 전북도와 군산시의 입장 역시 강경할 수 밖에 없다. 막대한 양의 용수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금강 물을 끌어다 새만금 희석수로 사용한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상습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반대의 명분이다.

▲ 금강하구둑을 사이에 두고 서천군과 군산시가 마주해 있다. 양 자치단체는 금강하구의 해수유통 문제를 두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 금강하구둑을 사이에 두고 서천군과 군산시가 마주해 있다. 양 자치단체는 금강하구의 해수유통 문제를 두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미 전북도는 하구둑 철거 논란이 불거진 직후 “오랫동안 물을 가둬놓으면 약간의 오염이나 수질악화가 당연히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함에도 막대한 사업비가 투자된 하구둑을 철거할 수는 없다”며 “막대한 양의 농업 및 공업용수 공급과 주변 저지대 침수피해 방지를 위해 하구둑은 존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실제 전북도는 하구둑으로부터 매년 군산 3만 7000㏊를 비롯해 전체 4만 4000㏊의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 받고 있으며, 군장산업단지를 비롯해 전주와 익산 등지로 공급되는 생활 및 공업용수량도 연간 1억 2000만㎥에 달하고 있다.

반면 충남도의 경우 금강호에서 용수를 공급 받는 경작지 면적이 서천 6000㏊를 비롯해 전체 1만 6000㏊정도로 용수의 대부분이 전북 지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하구둑 논란을 또 하나의 물분쟁 사례로 지적한다. 대전대 환경공학과 배병욱 교수는 “용담댐의 용수 배분 문제로 여러 지자체가 물분쟁에 직면했던 사례처럼 금강하구 문제도 결국 일종의 물분쟁 사태로 봐야 한다”며 “용담댐 사례를 거울 삼아 이견을 조정하고 명확한 합의안을 도출해야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수유통, `영산강의 사례 교훈 삼아야'

일단 바다와 만나야할 강물이 인공구조물에 가로 막혀 고이고 썩어간다면 물길을 터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홍수예방과 용수확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에 대해 서천군은 영산강의 사례를 들어 해수 유통의 필요성과 그 해결방안을 다시금 역설하고 있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금강 하구의 수질 개선을 위해 영산강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3~4급수 수준인 금강 하구의 수질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머지 않아 영산강의 경우 처럼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5급수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영산강에 대한 연구에서 해수 유통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영산강의 전철을 밟기 전에 금강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에 대해 논의하자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구둑으로 완전히 가로막힌 금강 하구에서 사실상 바닷물과 희귀성 어종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나 다름없는 어도.
▲ 하구둑으로 완전히 가로막힌 금강 하구에서 사실상 바닷물과 희귀성 어종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나 다름없는 어도.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금강하구의 해수 유통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전승수 교수는 “하구둑에 가로 막힌 지 2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금강의 수질 문제는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하구를 막아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수 야통으로 해결한 사례와 영산호의 문제를 거울 삼아 금강하구역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강에 비해 10년 정도 앞서 하구둑이 건설된 영산강의 경우 현재 하구 담수호의 수질이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분적인 해수 유통 방안이 지속적으로 검토돼 오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주된 해수 유통 방안은 하구둑을 부분 개방하는 대신 개방식 수중보를 설치해 상류 지역에서 용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기수역 경제적 가치 일반 경작지의 250배 해수 유통 가능할까

결과적으로 하구의 해수 유통은 단절된 기수역의 회복을 의미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면서 염분 농도에 따라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기수역은 일반적으로 지구 상에서도 가장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환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경제적으로만 환산해도 경작지의 250배에 달하는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금강하구와 같이 조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조석(潮汐) 우세의 염하구는 세계적으로도 람사협약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내륙 및 연안 습지 만큼이나 존재하는 면적이 많지 않아 희소적 가치도 높다. 따라서 해수 유통을 통한 기수역의 복원은 곧 생태적으로 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된다. 하구둑으로 인한 어장파괴 문제 등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서천군이 해수 유통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천군은 해수 유통이 토사 퇴적 지연과 기수역 복원을 통한 수질개선, 장기적 관점의 담수 이용과 홍수조절 기능 유지, 생태계 및 어장 복원을 통한 경제적 가치 향상 등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금강 하구의 해수 유통 방안은 실현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금강하구의 관리 주체가 일원화 돼 있지 않아 정부 부처간 이견 조율과 인근 지자체와의 의견 대립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금강 하구의 관리를 나눠 맡고 있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는 이해 관계에 따라 해수 유통에 반대하거나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관련 부처 및 지자체 간에 합의된 `실태조사 및 관리개선방안'에 관한 용역은 예산 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새만금의 수질 개선 방안을 놓고 해수 유통과 금강물을 희석수로 끌어다 쓰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금강물을 희석수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경우 사실상 금강 하구의 해수 유통이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물포럼코리아 최충식 사무처장은 “새만금 수질개선을 위해 금강물을 끌어다 쓰겠다는 계획은 결국 양쪽을 다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지속적인 물분쟁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며 “금강 하구의 해수 유통을 통한 기수역 회복은 당위적 측면이 있는 만큼 용수확보와 새만금 수질개선 문제는 다른 곳에서 적절한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이종섭·사진=김상구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대트랜시스 파업과 집회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 가중
  2. '11만1628명 수료생 배출' 이만희 총회장 "종교탄압은 절대 안돼"
  3. [미래인재 키우는 충남교육 참학력] 충남교육청, 인문소양교육 강화로 학생 문화 감수성 UP
  4. [사설] '안면도 개발·내포 병원', 관건은 사업성
  5. [사설] 국비 확보에 지역 '원팀' 정신 아쉽다
  1. 언론중재위원회 제3차 언론인 전문 연수
  2. '2024 신문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 NIE 패스포트 공모전'
  3. 정원의 설계에서 시공 및 관리까지
  4. 지역과 대학의 상생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
  5. 충청권 올해 임금체불 사업장 89곳, 체불액 45억원 달해

헤드라인 뉴스


대전 영양교사 배치 절반뿐… 내년 모집도 ‘역대 최저’

대전 영양교사 배치 절반뿐… 내년 모집도 ‘역대 최저’

청소년 비만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식생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대전 내 영양교사 인원은 전체 학교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심지어 2025년 대전 영양교사 모집인원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국 하위권을 기록했다. 학교 내 영양교사의 공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교원 감축까지 추진하고 있어 학생 식생활 교육 공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내 영양교사는 184명이다. 대전 전체 학교(특수학교 포함) 312곳 중 영양교사 배치는 유치원 1명, 초등 119명, 중등 23명, 고등 36..

대전 동구·충남 당진서 멧돼지 떼 출몰…당진서 2마리 잡혀
대전 동구·충남 당진서 멧돼지 떼 출몰…당진서 2마리 잡혀

10월 31일 저녁 대전 동구와 충남 당진 일대에서 멧돼지 떼 출몰 신고가 들어와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수색을 벌인 가운데, 당진에서 2마리가 포획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주민 피해는 없었다. 1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인 31일 밤 9시 52분께 당진에서 멧돼지 2마리를 포획했다. 앞서 오후 6시 45분께 동구 낭월동에서 멧돼지 4마리가 출몰했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와 대전소방이 수색을 벌인 바 있다. 곧이어 오후 7시 35분께 당진시 석문면 통정리 석문산업단지에서도 멧돼지 3∼5마리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슈]치솟은 아파트에 깊어지는 그늘…개발서 빠진 노후주거 `현안으로`
[이슈]치솟은 아파트에 깊어지는 그늘…개발서 빠진 노후주거 '현안으로'

산이 높은 만큼 골짜기는 깊어진다고 했던가, 대전에서도 부쩍 높아진 아파트만큼 그 아래 그늘도 깊어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시행할 때 수익과 사업성이 기대되는 핵심 구역에서만 노후주택을 헐고 새 아파트를 짓고 있다. 새 아파트 옆에 낡고 노후된 주택과 상가가 그대로 남은 현장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주민들은 되살릴 수 없는 죽은 건물이 되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규모 정비사업 후 남은 원주민의 구김살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49층 옆 2층 노후건물 '덩그러니' 대전 중구 은행동의 한 골목을 걷다 보면 49층까지 솟은 아파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학원연합회 ‘생명나눔’ 따뜻한 동행 대전학원연합회 ‘생명나눔’ 따뜻한 동행

  • 매사냥 시연 ‘신기하네’ 매사냥 시연 ‘신기하네’

  • 동절기 이웃사랑 김장 나눔 동절기 이웃사랑 김장 나눔

  •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 ‘해바라기 꽃이 피었습니다’